LG그룹 계열사가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ESS설치 시장에서 최근 LG CNS와 서브원은 종합설계시공(EPC) 입찰에 개별 참여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신재생의무할당제(RPS) 대응에 나서는 국내 발전사의 태양광발전소 건설과 ESS 구축사업 분야의 영업도 독자 추진이 유력해졌다.
양사의 경쟁구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주력사업인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 부진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선 서브원은 건설사업부, MR사업부를 중심으로 그룹 관계사 에너지효율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이후 LG전자(구미공장)와 LG화학(오창공장)에 각각 3㎿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며 태양광 사업을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만 해도 이벤트성 사업으로 일시 수주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브원이 지난해 처음으로 민간시장 입찰에 참여하면서 LG CNS와의 경쟁이 현실화됐다.
서브원은 최근 LG그룹에 20㎿규모 그룹 관계사 공장 지붕 태양광건설 사업을 제안·수주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단번에 대규모 실적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LG CNS는 80㎿ 수준의 태양광발전소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ESS사업 부문에 진출하면서 에너지사업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LG CNS는 최근 LG화학의 익산사업장과 이차전지 생산공장인 오창사업장에 각각 23㎿h와 7㎿h급의 초대형 ESS를 4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LG CNS는 엔지니어링부터 시스템 구축 운영까지 맡게 된다. LG CNS는 이번 LG화학 사업장을 시작으로 향후 그룹 내 구축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LG그룹의 교통정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주도로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LG CNS·LG이노텍 등 에너지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LG 에너지 솔루션 사업 최적화를 위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계열사별 중복 가능성을 조기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적 합의는 이끌어냈지만 실질적인 방안을 아직 도출하지 못했다.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내 에너지 부문 시공능력을 보유한 서브원이 최근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일부 사업 부문에서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양사의 경쟁은 조만간 에너지 조정위원회에서 업무 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