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은 1949년 미국 사회학자 사무엘 앤드류 스투퍼가 처음 언급했다. 다른 집단 상황과 자신을 비교해 막연히 박탈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성과급 시즌이 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 성과인센티브(PS)가 화두에 오르내린다. 휴대폰의 무선사업부와 TV 담당 VD사업부가 연봉의 50%를 받았다. 1년 동안 받은 월급·수당 등을 모두 더한 숫자의 50%이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임원은 정말 ‘대박’”이라며 “연봉이 3억원이면 어느 날 통장에 1억5000만원이 꽂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삼성전자 본사·사업장에는 자동차 영업사원이 깔려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지난해 매출(228조6927억원) 영업이익(36조7850억원)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한국기업이 얼마나 팔고,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외부에선 박수만 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최근 삼성전자가 긴축경영에 들어섰다고 하자 협력사들이 허탈해 한다. 모 TV부문 협력사 대표는 “올해 무선사업부 실적이 악화된다고 전혀 관계없는 다른 사업부까지 긴축재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 대표도 “‘사업이 안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금 LG전자쪽을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시점에 대외적으로는 긴축재정에 나섰다. 최근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발 떨어져 있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이적인 성과’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업 발주에 더 많은 ‘이익 쉐어(분담)’를 지레 기대했을 것이다.
부담스럽겠지만 이것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내가 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지 않은 기업은 삼성전자의 성과급 잔치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준배 전자산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