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만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마케팅 효과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지만 한국을 도외시한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프랑스에서 기획한 ‘론칭 피플(Launching People)’ 행사를 올해는 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10개국 이상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행사 대상국에 포함돼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간에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론칭 피플은 ‘사람, 그 가능성’이라는 부제로 열리는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과 공동으로 기획해 지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소비자가 삼성 제품과 함께 가능성을 실현하는 스토리를 발굴하면 삼성전자가 선별해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기술보다는 사람의 잠재력을 본다며 일반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접수 중인 영국에서는 음식·영화·음악·사진 등에서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삼성전자는 선정 후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를 통해 프로젝트 구체화를 지원한다. 영국에서는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이드리스 엘바, 싱어송라이터 팔로마 페이스, 사진가 랜킨 등이 멘토로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5주 만에 6000만명에게 노출되고 2000여건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에서도 이런 추세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 데이’ 행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으로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도 급증한 현금 활용과 관련 “M&A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일고 있는 국내에선 이를 체감할 수 없다. 벤처캐피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뜨면 금방 소문이 돌 텐데 전혀 들리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벤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지 의문을 나타낸다. 지난해 미국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조직을 개설한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와 동부 뉴욕에 액셀러레이터를 개소했다. 벤처팀·기업이 입주해 상품과 서비스를 연구개발(R&D)하면 지원과 육성을 한다. 사실상 현지 기업이 대상이다.
개소 당시 삼성전자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인수합병(M&A)이 어려운 풍토”라며 “전 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인재가 모이는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현지 시장에 관심을 밝힌 바 있다. 국내 벤처업계는 삼성전자의 M&A 시장 참여를 기대했다.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M&A다. 미국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애플·페이스북 등 IT 대기업이 앞다퉈 M&A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는 대기업 참여가 극히 미진하다. 이 때문에 벤처업계에선 “대기업은 벤처의 기술 탈취에만 관심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한 임원은 “M&A를 위해서는 인수 당시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 등에 막대한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