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RPS 2년...올해도 과징금 폭탄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이행률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의무량은 늘었지만 사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 이유다. 성적표를 기다리는 대상사업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는 RPS제도 개선 없이는 매년 과징금 폭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슈분석]RPS 2년...올해도 과징금 폭탄

◇올해도 과징금 ‘폭탄’

RPS는 일정 규모 이상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다. 시행 첫해인 2012년 발전량의 2%, 지난해에는 2.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 8개사와 SK E&S 등 민간 발전 5개사가 대상이다. 13개 발전사업자는 이달까지 확보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지난해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2013년 RPS 이행실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이달 안으로 구매하는 REC를 포함하면 2013년도 RPS 이행률은 67%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RPS 시행 2년째에 접어들면서 업계 대응력도 높아질 것이라던 정부와 업계의 기대를 감안하면 여전히 저조한 실적이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의무이행량이 늘었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이행실적을 보면 대략 과징금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과징금은 이행하지 못한 실적에 REC 평균가격을 곱해 산정한다. RPS 대상 사업자는 2012년 전체 의무량 642만279REC 가운데 64.7%인 415만4227REC만 이행했다. 26.3%인 168만6163REC는 이행을 연기했고 9.0%인 57만9889REC는 불이행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부과 받은 과징금은 약 187억원에 달했다. REC 기준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올해도 유사한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특히 의무량이 많은 발전공기업은 과징금 규모도 커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신재생 발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현실

발전사업자는 2년 연속 저조한 RPS실적으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신재생발전에 대한 소극적 투자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원인은 녹록지 않은 사업 여건에 있다. 13개 RPS대상사업자 모두 태양광 의무량은 100%에 가까운 이행실적을 기록했다. 발전소 설립 기간이 짧고 금융,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태양광 부문이다. 풍력발전, 혼소발전, 조력발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태양광 이행에 나서지만 사업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 하나같은 반응이다. 대상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해 일정물량은 반드시 태양광으로 보급하게 한 정부 예상도 빗나갔다.

풍력발전은 현재 50여개 사업이 인허가 단계에 발목이 묶여 있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1.8GW에 달한다. 개발단계에서 적용하는 관련법은 28개나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풍력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해 완화를 협의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환경부는 오히려 강력한 규제를 담은 입지선정 가이드라인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연료전지는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현행법상 100㎿ 규모 이상 발전사업자는 도매가격으로 LNG를 공급받는 반면에 100㎿ 미만 사업자는 소매가로 LNG를 구매한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사업은 풍력, 연료전지에 비해 쉽지만 국내 신재생산업 육성이라는 RPS 운영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다수 발전사가 우드펠릿을 이용한 혼소발전으로 비태양광 이행물량을 채웠다. 우드펠릿은 폐목을 재활용한 고체 연료로 국내 수요의 상당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태양광 사업 환경은 분명 정부가 나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비태양광 이행량 확보의 핵심 수단이라고 생각한 풍력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도 인허가 문제로 사업을 하지 못해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강도 높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RPS 대응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PS 주요 대상사업자인 발전공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재생사업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고 보유 지분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규모 투자 재원이 필요한 신재생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것은 발전공기업이다. 민간과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하지만 사실상 투자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신재생발전 특수목적법인(SPC)에 발전공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금융권 투자참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공기업은 정부의 부채비율 감소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SPC설립을 통한, 직접 사업보다는 공급인증서(REC) 구매를 통한 간접 참여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널뛰는 REC 거래 시장

지난해 발전사업자는 계획한 신재생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REC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스레 당초 계획보다 REC 구매의존도가 늘었다. 지난 연말 현물시장에서 REC 가격이 급등한 원인이다.

REC 가격은 지난 연말, 절반 이상 상승했다. 12월 REC 현물거래시장에서 비태양광 REC 가격은 24만1480원으로 연내 최고가를 형성했다. 비태양광 REC는 지난해 6월, 11만6753원에 거래된 이래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통상 태양광 REC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11월에는 가격 추월현상까지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RPS 이행물량을 확보하려는 발전사업자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태양광 사업 여건이 좋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의 어려움 호소에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REC를 시장에 풀기로 했다. 다음주에 정부 보유분 REC를 발전사업자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 RPS 이행실적을 파악한 뒤 REC 공급물량을 산정,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RPS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발전업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 지적도 따른다. 정부 공급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비태양광 국가 REC는 REC당 4만5790원으로 현물시장 평균거래단가인 8만2325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REC 가격은 신재생발전사업자가 사업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 보유물량이 시장에 지속 풀리면 전반적 REC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신재생발전사업자가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비용을 낮춰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 연도별 의무공급량 비율 (신ㆍ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관리 및 운영지침)

(산업부 공고)

3. 연료전지 설치량 추이

2008년 7.8㎿

2009년 14㎿

2010년 14㎿

2011년 24㎿

2012년 3㎿

2013년 109㎿ (FIT시장에서 전환된 36㎿포함)

자료: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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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