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선탑재 자사 앱 축소…구글 요구에 `무릎`

삼성전자가 구글의 요구로 스마트폰에 출시 전 미리 탑재하던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줄인다. 구글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가 구글 요구에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내몰렸다. 자체 앱으로 생태계 조성에 나선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 요청을 받아들여 자사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했던 앱을 축소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고위층이 직접 삼성전자에 (삼성전자 앱 선탑재에 대해) 항의했다”며 “삼성전자는 구글 요청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타협했다”고 전했다.

구글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는 기본 탑재 앱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앱은 탑재 후 고객이 지울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삼성 언팩을 통해 공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부터 선탑재 앱 축소 정책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삼성 선탑재 앱 축소를 요구한 것은 안드로이드 기본 탑재 앱과 중복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는 앱은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기본 앱과 기능 면에서 상당히 겹친다. 삼성앱스는 구글플레이, 챗온은 행아웃, S번역기는 구글 번역, 삼성월렛은 구글월렛 등이 대표적이다.

선탑재 앱 축소로 삼성앱스와 삼성허브 등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던 삼성전자 전략이 흔들리게 됐다. 앱과 삼성허브를 활용해 콘텐츠 유통 등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사업을 확대하려던 것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은 삼성전자가 자체 OS를 보유하지 못하고,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종속에 대한 위기감에서 OS 독립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인텔 등과 공동으로 타이젠연합을 결성하고 타이젠 OS를 개발 중이지만 최근 해외 통신사들이 타이젠연합에서 이탈하는 등 추진력을 많이 잃은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이 공식적으로 (선탑재 앱 축소) 요청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먼저 앱 축소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면서 “갤럭시S5에 들어가는 앱도 제품 공개 전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배·권건호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