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여부 `안개 속`

이번 합의는 의료계가 종전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음을 의미한다. 당초 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전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의료발전협의회를 진행하면서 시범사업 후 법 개정이라는 대안을 제시했고 이에 정부가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이번 합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됐다. 의정 간 합의 결과가 발표된 만큼 업계 시선은 개정안 통과 여부에 쏠리게 됐다.

◇개정안 국회 통과 ‘쉽지는 않아’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동안 복지부는 의료발전협의회에서의 협의를 위해 상정을 미뤘다.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여야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의료 영리화 논리를 앞세워 법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반면에 여당은 법 개정은 의료 영리화와 다르며,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원격의료 등이 가능해지면 의료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상정 후 정부가 어떤 시범사업안을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입법 추진에는 합의했지만 시범사업 시기에는 여전히 의견이 다르다. 정부는 법 개정 후 시범사업 추진을, 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을 거쳐 이를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시범사업안이 의료계가 수용할 수준으로 만들어진다면 시범사업은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원격의료 시행 방안이 수정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의료계가 정부의 시범사업안이 부실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양측 갈등은 피하기 힘들다.

◇통과 안 되면 의료IT 업계는 ‘막막’

의료IT 업계는 원격의료 도입이 이미 늦은 만큼 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일부 개도국까지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우수한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규제에 막혀 그동안 사업이 더뎠다는 평가다. 이번에도 계획이 무산되면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는 재입법이 어려워 원격의료 산업 성장은 더욱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원격의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바마케어’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하다. 시장조사기업 IHS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해 이미 2억4000만달러로 성장했다. 오는 2018년 규모는 2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IT 업계는 공식적으로 원격의료 시행을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제품 수요처가 의료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 결과를 두고 의사협회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의료IT 업계는 섣불리 환영 의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IT 기업 관계자는 “10년 이상 원격의료 도입이 미뤄진 만큼 이번에는 꼭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면서도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 견해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