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HP·오라클 등 다국적 IT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1500억원 규모 국민은행 유닉스 다운사이징 서버 공급자 선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해 최대 규모의 서버 공급 사업으로 각사 모두 수주에 실패하면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 하드웨어(HW)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IBM과 HP에는 자칫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월 말까지 현재 진행 중인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완료하고 3월 사업승인을 거쳐 해당 업체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은 3월말이나 4월 초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국민은행은 한국IBM·한국HP·한국오라클이 제안한 유닉스 서버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각종 소프트웨어(SW)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는 BMT를 진행하고 있다. BMT 결과는 2월 말이 지나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DBM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오라클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오라클은 DBMS와 연동된 유닉스 서버를 제안,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사 제품에 비해 유리한 제안이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DBMS에 대한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오라클이 DBMS를 묶어 제안하면 IBM과 HP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한국IBM과 한국HP는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IBM은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공급사례인 국민은행을 빼앗기는 상황이어서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IBM은 지난 2008년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당시 HW와 SW, 서비스를 7년간 통합 제공하는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IBM HW와 SW에 종속적인 OIO 계약에 대해 부담을 느껴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3월 HW와 함께 시스템통합(SI) 사업자 선정을 위한 RFP도 배포한다. 이번 사업에는 LG CNS, SK C&C, 한화S&C 등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SI 사업규모는 150억~2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이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앞서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검토했던 우리은행도 재검토를 추진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따른 매각이 완료되면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