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회사 JS전선을 청산하기로 하면서 불황을 겪고 있는 전선 업계에 희비가 엇갈린다. JS전선이 세계 선두권 지위였던 선박용 전선 시장에서 3000억원대에 이르는 점유 물량이 프랑스 넥상스 등 경쟁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선 업계에서도 ‘알짜사업’으로 꼽혀온 분야여서 이익률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연내 300명에 달하는 JS전선의 인력을 그룹 계열사로 재배치하는 한편 선박용 케이블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선박용 케이블 사업은 JS전선의 매출액 중 60~70%를 차지했었다. 수익률도 좋아 JS전선은 지난해 10월 원전 사태를 일으키며 4분기 영업 손실을 내기 전까지 이 사업에서는 흑자를 지속해 왔다. 제품 종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박용 일반 케이블의 1미터당 가격은 고무 절연 케이블의 1.5배, 통신용 케이블의 20배에 달한다. 조선사와 몇 개 업체가 끈끈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분야다.
LS그룹 관계자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한만큼 JS전선이 공급하던 선박용 케이블 영업 역시 중단했다”며 “JS전선의 일부 사업부를 인수하거나 기존 영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JS전선은 지난해 말부터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상장 폐지를 위해 오는 20일까지 2차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이 보유한 주식 70% 외에 일반에 풀렸던 30%를 회수하기 위해 지난달 1차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94.33%를 확보했다. 사들인 주식은 소각 처리하고 상장폐지,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선박용 케이블은 국내 업체인 JS전선과 대한전선에서 분리된 TMC, 프랑스 넥상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극동전선이 장악해왔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업계 1·2위를 다투던 JS전선 철수로 세계 시장의 20~30%에 달하는 물량이 남은 경쟁사에 풀리게 돼 수혜를 입게 됐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의 전선 제조 설비 증설도 예상된다. TMC 관계자는 “아직까지 JS전선 사업 철수에 따른 영향을 사업계획에 반영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생산능력(캐파)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