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게임에 빠져 재수까지 했던 ‘게임폐인’이 KAIST 설립이래 처음 게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대학입학 12년만에 21일 박사학위를 받는 전산학과 박태우(32, 지도교수 송준화)씨다.

7살 때부터 게임을 했다는 박씨는 KAIST에 들어왔지만, 공부에 집중을 못해 석사과정을 남들보다 반 년 늦은 2년 6개월 만에 수료했다. 박사과정은 초기부터 겉돌아 어려움이 많았다.
“갈팡질팡하던 제게 송준화 지도교수가 게임 플랫폼 및 콘텐츠 개발을 제안하면서 전환점이 찾아 왔어요.”
송 교수는 박 씨가 게임제작 동아리 ‘하제(HAJE)’ 회장을 지내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을 제작하고 상용화하는 등 직접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에 주목했다. 당시 전산학 분야에서는 게임 개발만으로는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어 주위에서 우려를 많이 했다. 박 씨는 전통적인 게임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차세대 장르의 게임 아이디어를 찾아 다녔다.
“동료와 선후배, 헬스장, 수영장, 어린이집, 공원 등 여러 곳을 수없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토론했습니다.”
박 씨는 런닝 머신의 속도와 속도차를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 ‘오리배’ 플랫폼을 만들었다. 또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앱,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게임 플랫폼, 사용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활용한 아바타 게임 등 많은 차세대 운동 게임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함께 개발하거나 참여했다. 박씨는 오는 6월부터 미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인간생활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