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필름의 상징이었던 코닥의 그늘에 가렸던 후지필름은 만년 2등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의 거센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코닥은 파산했고, 후지필름은 그룹 전체가 연간 2조3000억엔을 벌며 건재하다.
20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만난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 대표는 성공적 디지털 전환의 비결을 기술력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사업영역의 다각화로 꼽았다.

이다 대표는 “후지필름도 아날로그 회사였지만, 1988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시장에 출시했던 것처럼 디지털 전환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이미징 분야보다 인쇄분야와 의료부문에서 디지털화를 먼저 시작됐고, 회사도 연간 수입의 7~8% 상당인 2000억엔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속에서 다른 기업들이 부동산이나 재테크 등 한눈을 팔고 있을 때, 후지필름은 본업에 충실한 투자를 지속했던 것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 정점을 찍었던 필름 사업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사명과 달리 후지필름에서 필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는다. 아날로그 필름사업에서 출발했던 핵심기술은 화장품, 의약품 등 연관성을 가진 파생사업들로 이어지며 혁신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후지필름은 2006년 제2창업 선언 이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사진 전문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디지털이미징 △광학기기 △헬스케어 △고기능재료물질 △그래픽시스템 △문서관리시스템 등 6개의 전략 핵심사업분야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전문가급 렌즈교환식 카메라 ‘X-T1’은 80주년을 대표해 후지필름의 디지털이미징사업부가 내놓은 올해 첫 신제품이다. 후지필름은 디지털 전환에 이은 스마트폰의 물결 속에서 ‘화질’이라는 카메라의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다 대표는 “고화질 카메라를 소형, 경량화하는 것이 카메라업계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X-T1은 세계 최대 배율(0.77배)의 뷰파인더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며, 직관적 아날로그 다이얼 배치, 트래킹오토포커스(AF)를 지원하는 초당 8연사, 생활방수, 리모트 슈팅 컨트롤 기능 등을 지원한다. 후지필름은 신제품이 화질, 성능, 소형화, 기동성을 모두 갖춘 카메라라고 강조했다. 가격은 본체 기준 149만9000원으로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의 세 배 수준이다.
이다 대표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시장은 캐논과 니콘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소니와 삼성이 나누는 식으로 고착화된 카메라 시장의 구도를 깨고싶다”며 “한국 시장에서 현재 4%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글로벌 수준인 10%대로 올리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