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패널들 "금융 IT프로젝트 문제 심각"

정보통신 미래모임에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금융사의 IT프로젝트와 관리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성근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IT는 세계적으로 앞서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가 IT를 IT 자체로만 보기 때문이다. IT를 비즈니스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금융회사의 IT를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성과 지표가 정보시스템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CIO들의 성과가 사고 안내고 무정전으로 운영됐느냐 정도”라며 “IT로 비즈니스 가치를 얼마나 만들었느냐를 가지고 성과를 평가하는 금융회사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개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 역시 금융회사나 CIO가 외부 수행업체를 단순히 업체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단순한 수행업체가 아닌 파트너로서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CIO가 CEO를 적절하게 설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CIO는 CEO에게 IT가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CEO가 IT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CIO의 역할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IT 선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비IT 영역에 있는 경영진이나 동료에게 IT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김진희 솔루션&서비스 상무는 과업변경에 따른 대금을 적절하게 지급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상무는 “국내 금융회사는 외국계 금융회사와 달리 프로젝트 과업 변경에 대한 대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사 책임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됐을 경우 오히려 수행업체에 지체보상금을 지급하는 외국계 금융사와 비교하면 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현재 통합 발주하는 시스템통합(SI)사업을 분석설계, 개발, 테스트, 감리로 분리 발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상무는 “CM과 시공, 감리를 분리 발주하는 건설 사업을 IT사업에 적용하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분리 발주를 하면 그만큼 프로젝트 품질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분석설계와 개발을 함께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됐다. 공공 정보화 사업에 의무 적용하는 감리제도를 금융회사에도 의무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회사가 도입하는 각종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상무는 “현재 금융사들은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컴플라이언스를 마지못해 수행하는 정도”라며 “이로 인해 프로젝트가 면피성으로만 진행돼 품질이 낮다”고 설명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컴플라이언스를 취지 그대로 살려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상무 견해다.

임진환 한화S&C 전무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사업 수행자가 결과물을 솔루션으로 가져갈 수 없는 금융회사의 개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임 전무는 “금융IT 사업 단가가 너무 내려가 개발자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금융 솔루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을 했다 하더라도 금융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어 세계적 금융SW 탄생은 어려운 상황이다. 임 전무는 “정부와 금융사, IT기업이 함께 연구해 세계적 금융SW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서비스 기업의 문제점도 지목했다. 임 전무는 “현재 금융IT 역량을 갖고 있는 IT서비스기업은 삼성SDS, LG CNS, SK C&C 정도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회사는 아직 이 정도의 역량을 보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삼성SDS가 대외사업을 전면 철수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역량있는 IT서비스기업은 두 개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IT가 선진화하기 위해 중견 IT서비스기업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무는 “금융IT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IT서비스기업들의 내부 인력 강화와 다양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