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태, 그 후는.
2012년 디스플레이 업계는 ‘산업 기술 유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삼성과 LG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고 한다는 사건들이 터졌지요. 이제 그런 사건들이 하나 둘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데 결과를 보면 참 허탈하고 기가 막힙니다. 대부분 무죄·무혐의 결론을 받은 것을 보니, 도대체 왜 그렇게 난리법석이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회로도를 찍은 검사장비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고, 중국에 삼성의 도면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은 기업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인력 유출 논란에서 시작된 삼성·LG의 싸움은 화해로 마무리됐습니다. 대한민국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와 고발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옆에 있는 개구리는 죽는답니다.
○…약효 떨어진 ‘신비주의’
애플은 신비주의로 크게 성공한 기업이죠. 여느 전시회에도 나가는 경우가 드물고 미래 제품 스펙을 공개하는 법도 없습니다. 삼성전자도 신비주의 전략을 따라갔습니다. 갤럭시S 시리즈를 개발할 때에는 디자인이 알려질까봐 개발팀은 사내에서도 반드시 박스에 넣어 움직이도록 했다지요. 외부 협력사에 내려지는 함구령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협력사 내부에서도 ‘삼성’이라는 이름조차 언급을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펙이 높아질대로 높아져 막상 제품을 공개해도 소비자들은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디자인부터 엇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핵심 기능 하나 하나가 중요하니 정보 유출은 막아야 하고, 신비주의 약효는 떨어지고…. 신비하지 않은 신비주의. 이제는 뭔가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헬륨, 풍선에나 쓰이는 줄 알았는데….
풍선의 헬륨을 들이마신 후 변조된 목소리를 듣고 박장대소했던 경험들 많죠. 풍선에나 쓰이는 줄 알았던 헬륨이 전략물자인데다 희귀자원이라고 합니다. 끓는 점이 낮아 첨단 제조 공정에서 온도를 낮추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헬륨이 지구상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 희귀 자원인데다 앞으로 수십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헬륨을 생산하는 미국과 중국은 전략물자로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헬륨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풍선에 들어갈 헬륨까지도 귀해지다 보니 첨단 제조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를 대체할 물질이 개발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바뀌어도 너무 바뀐 반도체 장비 시장. 어찌해야 할까요.
좋은 제품은 보통 널리 알리고 싶어하죠. 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사업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사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야는 좋은 기술,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대놓고 말하지 못합니다.
특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다른 고객에게 팔려면 기존 고객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예전처럼 대대적인 증설 투자를 하는 추세가 아니라서 고객사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고사하기 딱 좋은데도 말입니다. 신라인을 100% 구축하면 30~40대 정도 구매하던 장비도 투자 시기를 조율하면서 1년에 3~4대 정도 사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출은 없는데 연구개발(R&D)은 계속 해야 하고…. 장비 산업의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소재부품가 뒷 이야기는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매주 월요일에 연재됐으나, 오는 28일부터는 금요일 연재로 바뀝니다. 소재부품가 뒷이야기, 앞으로는 금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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