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셰일가스 사업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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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의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 공장 합작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대표이사가 연초에 “1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발표도 지켜지지 못할 전망이다.

2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셰일가스 투자가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 당초 협상을 진행하던 미국 현지 업체와 최종협상 단계에서 합작 계약조건 문제로 틀어지면서 사업 성사 시점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은 제2·3의 업체와 다시 합작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방한홍 사장이 밝혔던 ‘1분기 성과’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세계 석유화학 기업들이 미국 진출 러시에 나선 상황이라 현지 기업이 합작 파트너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위치”라며 “합작 파트너에만 유리한 계약조건을 맞춰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기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초부터 에탄가스 기반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크래커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에탄가스에서 석유화학의 원료인 에틸렌을 뽑아내면 기존 나프타에서 추출하는 방식보다 생산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한화케미칼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크래커는 물론이고 생산한 에틸렌을 다운스트림 공정에서 가공해 폴리에틸렌(PE) 제품 생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생산한 제품을 자체 판매법인을 통해 북미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화케미칼 입장에서 에틸렌 생산 설비만 보유하면 시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손실을 보는 위험이 있지만 다운스트림 설비가 있으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업체 입장은 에틸렌 생산설비까지만 긍정적이고 석유화학 관련 다운스트림 설비 투자에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한화케미칼의 합작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사업조건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과도한 신중함은 오히려 투자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이미 대대적인 미국 내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 진출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엑슨모빌, 다우케미칼 등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대만업체들도 앞다퉈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달 초 미국 엑시올과 합작계약을 체결하며 가세했다. 미국화학협회는 최근 136개 신규 생산시설에 910억달러가 투자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은 중동에 에탄크래커 설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저가원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동과 미국에 동시 투자하는 것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중동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미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