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아연금속공기전지를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호용)은 엄승욱 전지연구센터 박사팀이 ㎏당 최대 395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아연금속공기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속공기전지의 일종인 아연금속공기전지는 기존 전지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여야 했다.
엄 박사팀이 개발한 아연금속공기전지는 고에너지 밀도뿐만 아니라 폭발 위험성이 없고, 제작 단가는 리튬전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밀도는 기존 이스라엘, 중국 등이 개발한 금속공기전지(220~280Wh/㎏ 수준)에 비해 40% 이상, 리튬이온전지(최대 200Wh/㎏ 수준)와 비교하면 갑절가량 높다.
엄 박사팀은 코발트(Co) 나노분말 촉매를 이용해 저항과 화학적 부식을 최소화한 연료 이용률 80%의 금속음극 재료를 개발했다. 이어 산화 연료를 재생할 수 있는 장치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으로 완성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엄 박사팀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현대로템, 미트 등 기업체와 함께 수행한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의 ‘2010 핵심기술과제’의 결과물이다.
엄 박사팀은 군용무기체계(병사체계, 무인체계) 적용과 민수용 전원 응용으로 관련 후속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엄승욱 박사는 “고에너지 밀도의 특성을 살려 무인정찰기, 초소형 무인항공기 등 장시간 전원이 필요한 각종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고, 폭발 및 화재의 위험이 없어 ‘입을 수 있는 전지(wearable power)’로도 사용 가능하다”며 “납축전지의 5배, 리튬전지의 2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친환경 전지시스템 시대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전 세계 금속공기전지 시장 규모를 2012년 3500억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약 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설명
아연공기전지=이차전지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은 금속공기전지 중 하나다. 아연을 음극재로, 공기 중의 산소를 양극재로 사용한다. 방전 시 산소를 흡수하고, 충전 시에는 산소를 방출하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 양극 반응물질의 무게를 거의 제로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