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내놓은 사자성어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내달리겠다는 각오의 일단이다.
지난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은 신성철 DGIST 총장이 초일류 대학으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대약진)’하기 위해 올해 키워드를 ‘혼’으로 정해놨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DGIST 캠퍼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케 했다. 올해 기초학부(학사)과정 개설에 맞춰 학사부 건물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성공적으로 학부과정을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공계 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학부교육 프로그램 도입과 융·복합과 리더십, 기업가정신 등 3대 교육원칙 및 3C 인재상(창의, 기여, 배려)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깊이 있게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신성철 총장은 “첫 학부생 모집에서 이공계 특성화대학 중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DGIST만의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외부에서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DGIST는 실제 지난달 ‘미래브레인(MIREBraiN)’ 추천전형 및 일반전형에서 200명 모집에 1953명이 지원, 9.7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학부 지원자의 80% 이상이 수도권 등 타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미래브레인은 신물질(Materals), 정보통신(IT), 로봇(Robot), 에너지(Energy), 뇌(Brain), 뉴바이올로지(New Biology) 등 DGIST의 6개 세부연구 분야를 일컫는다.
신 총장은 학부과정에 도입할 프로그램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DGIST의 첫 학부과정 교육 프로그램에는 신 총장이 교육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소신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DGIST 학부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학과 단일학부체제”라며 “기초학부에 전공을 따로 두지 않고 기초공학교육을 강화해 융·복합 연구능력을 배양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부교육의 충실도를 높이고 학생의 입체적 멘토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학부전담 교수제도 도입했다. 기존 학문의 틀을 뛰어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전 교과과정에 ‘e-북’전자교재를 적용했다. 현재 융·복합 전자교재는 13종이 개발돼 있다.
DGIST는 전자교재개발을 위해 자체 플랫폼을 전문개발업체와 공동개발했으며 전자교재에는 크로스오버와 인터렉티비티, 유비쿼티, 이지 업데이트, 3D동영상 등 5개의 주요 기능을 담고 있다.
“기술출자 연구소기업은 기술과 경영이 합쳐진 모델로 창조경제의 돌파구입니다. 현재 6개 기업을 설립, 기술사업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 총장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는 국내 산업구조를 튼실하게 바꿀 수 있는 대안은 기술출자 연구소기업”이라며 “지역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는 물론 고용창출을 이끌어 창조경제의 전진기지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비전에 걸맞게 우수한 연구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최홍수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몸속을 다니며 원하는 부위에 치료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또 정순문 나노바이오연구부 박사팀도 자연현상으로 빛을 발생시키는 미케노발광 필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두 연구성과는 지난해 말 세계적 우수학술지(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표지논문에 소개됐다.
신 총장은 “학교에서 개발된 우수한 기술이 기업에 이전돼 지난해 기술이전료는 1인당 1116만원으로 지난 2010년 173만원 대비 545%나 늘었고, 국내 특허 등록도 지난해 1인당 1.81건으로 2010년 대비 135%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DGIST는 레이더분야는 지난 3년간 4건을 기술이전해 기술이전료 수익이 4억4500만원, 자동차분야는 지난 3년간 10건을 기술이전, 총 5억5870만원의 기술료를 챙겼다.
신 총장은 “이 같은 연구성과는 유능한 교원을 초빙하고 우수한 연구원을 유치한 때문”이라며 “올해도 전임교원 11명, 중견급 정규직 연구원 3명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GIST는 다양한 연구센터 설립으로 국제적 수월성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2년 말 개소한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글로벌센터는 오는 2017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정부출연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엔 산업통상자원부 신규공모사업인 웰니스 휴먼케어플랫폼 구축사업을 유치해 웰니스융합연구센터를 신설했다. SK텔레콤과 서울대 등 17개 산학연이 참여하는 이 센터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18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그 외 아시아 최초로 뇌대사체학연구센터가 정부출연금 9억원을 확보해 연구에 돌입했고,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DGIST-LBNL공동연구센터도 개설했다.
DGIST는 이달초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으로 대도약하기 위한 ‘DGIST 2014년 경영계획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 총장은 올해 학부과정 교육의 성공적 정착, 학사부 및 연구부 건물이 공존하는 캠퍼스 완성, 수월성 위주의 연구성과 창출 및 대형연구과제 발굴유치를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를 미래 융·복합 기술창출을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짧은 역사와 낮은 인지도 등 높은 장벽을 뛰어 넘어 초일류로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 총장은 “역사가 짧은 대학은 비전과 전략, 열정이 있으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올 한해 각자 맡은 일에 ‘혼’을 바쳐 DGIST가 초일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