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배향’ 기술이 LCD 단점 중 하나인 명암비를 20~30%나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 가뜩이나 침체된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AH-IPS·PLS 모드 양산라인에서 광 배향 방식을 연내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소재 업체들과 공동 개발 중이다.
배향이란 액정을 한쪽 방향으로 정렬하는 기술을 말한다. VA 모드에서는 RM(Reactive Mesogen)이라는 광중합성 모노머를 사용해 광 배향하는 방식이 지난 2010년경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샤프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AUO 등이 대부분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로 누워있는 IPS 계열에서는 고분자 필름 표면에 섬유를 문질러(러빙) 일정한 방향으로 홈을 파고 그 홈을 따라 액정 물질을 배향시키는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러빙 방식은 정전기나 흠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균일성에서도 문제가 있어, 물리적 마찰이 없는 비접촉식 광 배향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광 배향 방식을 적용하면 수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개구율도 높아진다. 빛이 새는 문제도 적어지고 특히 명암비는 20~30% 정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UV광을 쪼였을 때 화학반응을 일으켜 배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재 개발이 더뎌 상용화에 애를 먹었다.
최근 들어 소재 개발이 급진전을 이루면서 다시 광 배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JSR·닛산화학공업·치소 등 일본 소재 업체가 가장 적극적이다. 초기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해 샤프가 양산 라인에 처음 시도했다. 샤프는 JSR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해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있다. 지난 2012년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LG디스플레이가 이 방식으로 생산한 AH-IPS 패널을 선보였다. 수년 전에는 전용 장비까지 도입하기도 했으나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개발이 지지부진해진 상태였다. 최근에는 소재 성능 향상과 함께 초고화질(UHD) 열풍까지 일면서 광 배향 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용량 신호를 전송해야 하는 특성 상 선폭이 두꺼워져 개구율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에도 광 배향을 하겠다는 시도가 있었지만 소재가 없어 장비가 버려지다시피 했다”며 “하지만 명암비·개구율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소재 성능까지 개선되면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