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다. 스타일, 성능, 인테리어….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이 화려하다. 시선을 사로잡는 세련된 겉모양과 온갖 재주를 다 부릴 줄 아는 매력을 바탕으로, 낮고 굵은 목소리까지 더해져 남성미를 뽐낸다. 태생부터 특별한 인피니티 Q50의 디젤 모델을 시승했다.
Q50에 탑재된 심장은 배기량 2143㏄의 디젤엔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에 들어 있는 그것과 같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을 낸다. 경쟁사의 엔진을 주력 차종에 당당히 탑재한 거나, 경쟁사에 주력 엔진을 내준 것 또한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일 수도 있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벤츠의 기술제휴가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차를 파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놓고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야 하기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려고 손 잡은 사례라 볼 수 있다. 그 결과 르노-닛산 입장에선 닛산 주크나 르노 캡쳐(QM3)에 탑재된 1.5리터급 dCi 엔진, 인피니티 M30d 등에 탑재된 3.0리터급의 중간을 메워줄 ‘2.2리터 디젤 라인업’까지 갖춰 보다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털털거리는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가 느껴진다. 문을 닫으니 소음이나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까진 요즘 나오는 고급 디젤차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귓가에 맴도는 사운드가 남다르다. 같은 엔진을 쓴 벤츠 차종과는 분명 다른 소리가 들린다. 차 안에서 들리는 소음을 줄이면서, 듣기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노이즈캔슬링 기술과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적용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이런 소리가 더욱 잘 들린다. 낮고 굵은 목소리 탓에 남성미가 물씬 풍겨진다.
F1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이 개발에 참여해 가다듬은 탓인지 핸들링은 꽤 정교하며 느낌이 좋다. Q50 디젤 모델엔 전자식 유압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했다. 유압식과 전동식의 장점을 섞은 형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신기술 ‘DAS(Direct Adaptive Steering)’을 적용했다. 전반적인 성향은 역동적이지만, 편안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교한 핸들링이 즐거움을 더한다.
하체의 느낌은 조금 독특했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단단했다. 원래 2.2리터 디젤 모델엔 225/55RF17 규격의 타이어가 들어가지만,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들어가는 245/40RF19 규격을 끼워놨다. 노면을 꽉 잡아주는 성능이 좋다. 그런데 느낌상 17인치 휠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타이어가 두꺼워지면서 한결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차종 모두 서스펜션 방식이 같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스포츠 튜닝이돼 19인치 휠이 한결 자연스럽다.
주행감각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안전’ 장비다. 인피니티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은 운전자가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앞 차와 거리를 계산, 사고가 예견될 경우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린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차로 가운데로 주행할 수 있게 돕는 ‘액티브 레인 컨트롤(Active Lane Control)’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ane Departure Prevention)’ 등도 탑재됐다.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넘길 수 있는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도 독특하다. 다양한 버튼 대신 스크린을 달아 중력가속도(G-Force) 모니터링 그래프, 공조장치, 연료효율 등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물론, 내비게이션 화면은 따로 있다. 계기반에 작은 LCD가 있고, 센터페이시어 상단에 내비게이션이, 그 아래 다기능 LCD가 자리한 형태다.
인피니티 Q50은 새롭다.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탓에 끊임없이 놀라움을 전달한다. 운전이 즐겁다. 귀를 자극하는 사운드, 손맛 짜릿한 핸들링, 묵직한 가속감까지 두루 갖춘 차다.
박찬규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