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서비스업계를 대변하는 유일한 협회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출범 9년만에 협회장을 선출하지 못해 부회장 대행체제를 맞았다. 삼성SDS·LG CNS·SK C&C·포스코ICT 등 국내 굴지의 그룹 계열 IT서비스기업을 포함해 54개 회원사를 보유한 대형 협회임에도 불구하고 초유의 ‘회장 공석’ 사태를 맞았다.
왜 IT서비스산업협회가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을까. SK C&C는 협회 출범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9년간이나 자의반 타의반 회장사를 맡아 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SDS·LG CNS·포스코ICT·롯데정보통신 대표도 각각의 이유로 회장직을 고사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다.
IT서비스산업협회가 협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협회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 등 IT서비스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날 때도 협회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업계를 대변하기 보다는 정부와 업계의 눈치를 보면서 그저 줄타기를 하듯 중심 잡기에만 전념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IT서비스기업들이 협회를 외면, 회장 자리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협회의 수익구조에 있다. 협회 수익의 70%는 여전히 정부부처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한 대가로 채운다. 회원사로부터 받는 회비는 수익의 30%도 안 된다. IT서비스산업협회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회장 대행을 맡은 상근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기로 긴 터널을 지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로 상황이 좋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협회 스스로 왜 지금 춘래불사춘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지 근본적인 원인부터 생각해야 한다. IT서비스업계로부터 지지 받지 못한다면 IT서비스산업협회의 춘래불사춘 시기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