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빅데이터 시대’라는 말이 벌써부터 식상한 느낌이다. 지난 수 년 동안 세계에서 수없이 많은 연구 보고서가 쏟아졌고, 하나같이 빅데이터 시대 도래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그 시대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기 힘들다. 여전히 빅데이터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두고 종종 “진정한 빅데이터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머징 이슈]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긍정적인 변화는 이제 ‘빅’보다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데이터 규모에 매달리지 말고 데이터 자체의 가치와 활용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양보다 질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데이터 정제·분석 기술과 이를 다루는 사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누구인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한 마디로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다. 하지만 단순히 통계 지식이 많다고 사이언티스트라고 볼 수는 없다. 위키피디아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데이터 엔지니어링, 과학적 방법론, 수학, 통계학, 고급 컴퓨팅, 시각화, 해커적 사고방식, 영역별 전문지식을 종합한 학문이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정의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데이터의 다각적 분석을 통해 조직의 전략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자이자 전략가’로 정의하고 갖춰야 할 다양한 역량을 제시했다.

진흥원은 우수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다방면에 걸쳐 복합적이고 고도화된 지식·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심도있는 지식이 필요하며, 종전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갖춰야 할 기술(Skill)로는 빅데이터의 이론적 지식, 숙련된 분석 기술, 통찰력 있는 분석, 설득력 있는 전달, 다분야간 협력 능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능력을 모두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슈퍼맨’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모호한 정의, 지나치게 높은 기대 때문에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한 명의 뛰어난 인재를 구하지 말고 부문별 전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모아 하나의 조직을 꾸릴 것을 제시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 ‘활발’

국가를 막론하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필요로 하는 기업은 많은데 인재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을 위한 교육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육성을 위한 분석과학 석사(Master of Science in Analytics)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3학기(10개월)에 걸쳐 데이터 마이닝·최적화, 데이터 시각화, 금융 분석,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능력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학, 통계학, 공학, 경영학, 물리학 등의 전공자나 경영학석사(MBA) 출신을 중심으로 매년 80여명의 신입생을 선발해 교육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충북대학교의 비즈니스 데이터 융합학과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고용 계약형 소프트웨어(SW) 석사과정을 운영해 업무 현장에서 원하는 중·고급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기업이 수업의 50% 이상을 담당하며 인턴십·현장실습 등으로 학생들의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 관련 교육에 나서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많은 기업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필요로 하지만 아직 인재가 충분하지 않아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직접 교육에 나서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