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공행진에 일본도 살아나는데 한국 가전·IT시장만 침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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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성장 시장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뚫어야 할지 답답합니다.”

가전 대기업 국내영업 총괄 임원의 하소연이다. 해외 비중이 워낙 커 회사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심각한 내수 침체로 국내 영업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통계가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가전·IT시장의 침체가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비교해 매우 심각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IT시장 규모는 25조3820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 축소됐다. 반면에 지난해 중국 가전·IT시장은 1조1760억위안(약 204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1% 큰 폭 성장했다.

계절적 성수기와 관계없이 1분기 2877억위안, 2분기 2838억위안, 3분기 2929억위안, 4분기 3114억위안 등 꾸준히 오름세다.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일본도 지난해 플러스 성장에 성공했다. 2011년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던 일본은 지난해 6조6950억엔(약 69조9700억원)으로 미미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0.9% 성장했다.

TV와 PC시장 침체가 주요 요인이다. 특히 TV를 주목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TV시장이 30% 안팎 빠진 것으로 본다. GfK 자료에서도 TV가 속한 영상·음향가전제품 시장은 지난해 3조231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6.3% 하락했다. 뚜렷한 침체 이유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차세대 TV 전환기 고객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TV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았지만 1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높은 가격대를 보였고, 초고화질(UHD) TV 역시 400만원을 넘는 등 일반 가정에서 구매하기엔 부담이 컸다.

일각에선 두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시장 확대 걸림돌로 꼽았다. 중견기업이나 일본·중국 업체가 함께 경쟁을 펼쳤다면 시장이 훨씬 빠르게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도 올해 UHD TV 시장과 관련 “일본 업체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다”고 말해, 경쟁사가 존재하는 것이 시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밝혔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미 1·2월 실적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TV시장에서 반짝 특수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전년만도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는 날씨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에어컨 시장이 특수를 누렸는데 올해는 뚜렷하게 움직이는 시장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재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전자산업팀장은 “경기 침체 이외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뚜렷한 배경을 찾기가 힘들다”며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 개발과 동시에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표】한·중·일 전자·IT 시장규모 추이

※자료:GfK

<사진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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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