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긴축경영 여파 업계 동반위축 우려 확산

삼성전자 긴축경영 여파 업계 동반위축 우려 확산

삼성전자 긴축경영 여파가 협력사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는 별개로 올해 실적 악화 우려와 함께 취해진 삼성전자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불똥이 관련 업계로 튀면서 기업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히는 모바일부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전(CE)·디바이스솔루션(DS) 등 타 분야에서도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어 관련 산업계 전반의 경기 위축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에 긴축경영을 수차례 언급하며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아직 큰 폭의 단가인하 등 구체적인 실행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전례를 볼 때 상당한 인하 압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단가협상을 앞둔 A 협력사 대표는 “초긴장 상태”라며 “원가절감 필요성을 많이 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 투자 축소 및 연기 움직임도 나타난다. TV부문 협력사 대표는 “모바일사업부 이익이 줄어들면서 관계없는 가전·TV 부문도 긴축경영을 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올해 기대했던 사업이 나오지 않아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는 6일 개최되는 협성회(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에서도 그대로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리는 이번 모임에서 삼성전자는 ‘낭비 개선’을 화두로 던졌다. 자발적으로 비용을 절감한 사례를 발표하는 등 최근 긴축경영과 관련한 협력사의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낭비 요소 제거뿐만 아니라 품질과 기술 향상으로 협력사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긴축경영이 아니라 ‘낭비 개선’이란 화두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단가 인하 압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차별성 한계 지적은 기술보다는 가격으로 차별성 포인트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본다.

모바일 협력 B사 대표는 “낭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소재부품 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재부품 협력사의 고강도 단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장비업체인 C사 대표도 “삼성전자가 이익률 하락을 지켜보겠느냐”며 “마른 수건도 짠다는 생각으로 협력사를 쥐어짤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하는 이익률이 더 박한 2·3차 협력사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생산을 해외로 돌리면서 국내 소화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자칫 적자 공급에 내몰리는 업체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위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경영상황이 안 좋다고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 부담 전가는 1차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만큼 생산성 증대와 함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협력사도 함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및 전망 (단위:조원) /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및 전망 (단위:조원) / ※자료:삼성전자


김준배·이형수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