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분당서울대학교병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지난 2003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병원을 표방하며 개원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개원 당시 구축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은 오늘날 우리나라 병원들을 디지털병원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됐다. 개원 후 10년이 넘도록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시스템에 적용한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기반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병원을 구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차세대시스템은 덴마크·스웨덴·쿠웨이트·사우디아리비아 등 세계 여러 나라 보건당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13년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가동했다. 의사들이 `베스트보드`로 환자의 현황을 살피며 진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13년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가동했다. 의사들이 `베스트보드`로 환자의 현황을 살피며 진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4월 가동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개원 당시 디지털병원을 표방, 국내 병원 중 드물게 EMR 시스템을 구축하며 의료정보시스템 체계를 갖춘 분당서울대병원은 지속적으로 ICT를 의료 영역에 접목해 왔다. 이러다 보니 의료정보시스템이 무거워지고 복잡해졌다. 실타래처럼 엉킨 의료정보시스템은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발령, 2004년부터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은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처음으로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황 센터장은 “당시 처음으로 차세대라는 말도 만들어 붙이고 경영진에게 보고를 했다”며 “이때부터 차세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서울대병원 본원, 보라매병원, 강남병원의 공통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이다. 당시 4개 계열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은 제각각이었다. 황 센터장은 “다른 병원은 둘째 치고 같은 서울대병원끼리도 의료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병원 공통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슈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분당서울대병원 주도로 4개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에 통합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진행했다.

의료정보시스템 수출도 분당서울대병원이 차세대를 진행하게 한 원인이다. 당시 정부가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으로 수출용 국산 의료솔루션 개발과제를 진행했고, 이를 이지케어텍이 수주해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프로젝트에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2011년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진행한 ISP 결과를 기반으로 23개 과제를 도출, 수행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SOA 적용이다. SOA 기반 공통 플랫폼에 각 기능을 모듈별로 나눠 얹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정 쿼리를 보내면 해당되는 서비스에 맞게 데이터를 모아 시스템을 구동한다.

황 센터장은 “SOA 기반 의료정보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우수하다는 미국 휴스톤 엠디엔더슨암센터의 의료정보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의 SOA 적용 비율은 90%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SOA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빅데이터 분석 툴도 적용했다. 당시만 해도 의료정보시스템에 빅데이터 분석 툴을 적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EMR 시스템에 통합커뮤니케이션(UC) 기능을 결합해 의사들이 PC 화면에서 마우스로 다른 의료진이나 행정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 메신저 등으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커넥티드 헬스, 멀티 운용체계(OS) 구현, 가상화, 모바일 진료서비스 등 다양한 스마트 의료 환경도 구축했다.

다음 달이면 가동 1년을 맞는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시스템의 현업 만족도는 5점 척도로 4.4점이다. 이 만족도는 가동 초기 3.6점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점수다. 그만큼 지속적인 변화관리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황 센터장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25명의 임상교수, 15명의 간호사, 영역별 행정·실무 담당자들이 차세대 팀에 참여해 현업 요구사항 반영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 결과 EMR 시스템은 의사별로 필요에 맞춰 개인화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은 의료IT 연구단체인 미국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로부터 최고 레벨인 7단계 인증을 받았다. 이는 미국 의료기관의 1%만이 획득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이외 지역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HIMSS-엘스비어 디지털 헬스케어 어워드 등 각종 국제기관으로부터 상도 수상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