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에게 듣는다]<3>김영준 GIST 총장

“올해 처음으로 GIST 첫 학부 졸업생 54명이 배출됐습니다. 졸업생 80%가 다시 GIST 대학원에 지원하면서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에게 듣는다]<3>김영준 GIST 총장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은 GIST의 미래를 교육과 연구의 질적 성장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양만 늘려가기보다는 논문 하나를 쓰더라도 영향력과 파급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라는 GIST만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인문·사회·예술·체육 등 교양과목 교육을 중요시하는 소수정예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같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 사회 지도층 유명인사 상당수가 리버럴 아츠 칼리지 출신이다.

공장에서 기계처럼 찍어내듯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생 수를 1000명 내외로 뽑아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 총장은 “GIST에 들어오면 대학 4년 재학기간 동안 음악, 체육, 인문서적 100권 읽기 등의 커리큘럼을 거쳐야 한다”며 “이는 과학자로서 소홀하기 쉬운 체력 관리와 취미 활동을 장려해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아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설립된 지 20돌이 지난 GIST는 그동안 빼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QS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부분에서 세계 6위를 달성했다. 피인용수는 연구자의 논문이 얼마나 많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인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주요지표다. 이 분야 10위권에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테크)를 비롯해 스탠퍼드, 하버드 등이 포진돼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전자신문이 분석한 ‘2013년 전국대학 지식재산 경쟁력 평가’에서 해외특허·표준특허관리 등을 중심으로 한 ‘IP 글로벌 경쟁력’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교수 1인당 특허출원건수와 SCI논문 발표건수도 국내 최정상급에 올랐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학술지에 논문도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연간 3편 내외의 논문을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3대 과학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연구성과를 입증받고 있다. 특히 전장수 교수와 김진홍 박사연구팀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관절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관절염 원인을 밝혀 셀지에 게재했다.

GIST의 대표연구 분야 중 하나는 광기술 분야다. 2001년 설립된 고등광기술연구소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연구시설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은 기존 전자계측장비로 측정할 수 없는 극히 짧은 영역(펨토초)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기반을 통해 남창희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기초과학연구원 캠퍼스도 유치했다.

그는 “1000조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동안 1000조와트의 초고강도 레이저 빛을 발생시켜 초고속 광기술을 연구하는 특수시설”이라며 “수영장 300개의 물을 단 1초 만에 증발시킬 수 있는 첨단기술”이라고 설명했다.

GIST의 ‘롤모델’은 노벨과학상 32회 수상에 빛나는 칼테크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12년 장루 샤모우 칼테크 총장과 연구교류 협력 및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두 대학은 신소재·생명·의료 분야에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칼테크의 노벨상 수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칼테크는 다른 나라 대학과의 연구교류협력에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어서 세계 5개 대학만 교류하고 있을 뿐”이라며 “GIST가 실질적인 연구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는 우수인재를 키우는 시스템과 교육철학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창조경제를 위한 산학협력과 지역경제 발전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창조경제란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형 경제입니다. 이를 위해 교원과 학생의 창업환경조성, 학제 간 융합전공 운영, 산학전문교수 임명, 기술료 실적 교수평가제 등을 적극 도입할 계획입니다.”

특히 교수와 학생들의 대학 내 창업을 지원하는 산학협력 특임교수는 과학기술 분야로 채용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창업·마케팅·기획 등 비과학 분야 경력자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박사학위가 없더라도 15년 이상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면 지원이 가능하다.

김 총장은 “우수한 이공계 과학기술 인력 배출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지역산업과 경제에 기여하는 서남부권 지역 거점대학 역할에 나설 것”이라며 “GIST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구가 실질적 효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특허 등록 및 기술 이전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작지만 강한대학,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모토로 올해 세계대학 평가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하고 2025년까지 세계 30위권의 일류 이공계대학으로 성장할 계획”이라며 “한국문화기술연구소 등 지역의 문화기술과 역량을 키워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