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의 XC70은 가장 볼보다운 차가 아닐까 싶다. 부모의 따뜻한 마음과 가정의 풍요로움, 아이들의 자유까지 담아냈다. 강한 차체, 첨단 안전장비, 기발한 편의 기능까지 두루 갖췄다. 여기에 탄탄한 주행 성능까지 뒷받침돼 볼보의 이념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그야말로 패밀리카의 ‘갑(甲)’이다.
XC70의 생김새는 왜건과 SUV의 중간이다. 개발 컨셉트도 그렇다. 전통적 왜건은 V시리즈며, 어떤 길이든 쉽게 갈 수 있도록 디자인된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이 XC다. 그 중에서 XC70은 가장 왜건에 가까울 뿐 XC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 개성을 살렸다. 시승차엔 루프캐리어를 달아놨는데, 훨씬 멋지다는 평이 많았다. 식당 앞에 세워뒀더니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 차는 일단 타고 내리기가 쉽고, 운전이 편하다. 높이는 1605mm로 1700mm가 넘는 다른 SUV보다 낮고, 1500mm근처의 세단보다 높다. 절묘한 높이다. 여기에 똑똑한 네바퀴굴림방식(AWD)이 적용돼 눈길이나 험로도 거뜬하다. 이 AWD 시스템은 아우디 콰트로에도 들어간 할덱스사의 최신 버전이다. 구동력은 95:5에서 최대 50:50까지 앞뒤 바퀴에 힘을 나눠 제어할 수 있다.
엔진은 2.4ℓ 직렬5기통 트윈 터보 디젤이다. 최고출력 215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1,500~3,000rpm 구간에서 44.9kg.m라는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초기버전의 D5 엔진을 개량해 응답성과 효율을 높여 운전의 재미를 더했고, 변속기는 수동변속기 가능한 6단 자동이다. 복합연비는 ℓ 당 11.1km인데, 실제 운전하면 이보단 훨씬 효율이 좋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바로 튀어나가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슴을 압박할 만큼의 강한 힘이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반응속도가 더 빨라지고, 엔진 회전 수를 최대한 활용하며 변속된다. 워낙 힘이 좋아서 웬만한 캠핑 트레일러를 매달아도 될 듯싶다. 에코 모드로 놓으면 클러스터는 에코게이지를 보여주며 친환경 운전을 강요한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조금 더디게 가속되며, 차가 스스로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한 상태로 바뀐다.
핸들링은 꽤 안정적이다. 차를 이리저리 휘저어 보니 뒤뚱거림이 없으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튼실한 하체’가 느껴진다. 네 바퀴를 지능적으로 제어하며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고, 강한 뼈대가 흔들림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미끄러운 길에서도 꽤나 안정적이다. 듬직하다.
XC70을 비롯한 볼보 패밀리들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안전 및 편의장비다. 그 중 시티세이프티가 대표적이다. 시속 50km이하에서 앞차와의 사고가 감지되면 스스로 차를 멈춰 세워 추돌을 막거나 피해를 줄여준다. 이번에 시승한 XC70은 윈터패키지 모델로서 겨울철에 유용한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앞유리에 미세한 열선이 장착돼 쌓인 눈을 쉽게 녹일 수 있으며, 성에를 없앨 수도 있다. 당연히(?)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도 히팅 기능이 포함됐다.
인테리어는 인간공학적(어고노믹스)이다. 곳곳에 배려가 묻어난다. 유아용 부스터 카시트, 다양한 배열이 가능한 시트가 실용성을 더하며, 자연스런 우드트림이 편안함을 준다. 여러 버튼들은 큼지막하고 직관적이어서 조작하기 쉽다.
XC70은 기본기 탄탄하고 SUV와 세단 그리고 왜건의 장점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레저용 패밀리카다. 엄마의 섬세함과 따뜻함, 아빠의 강인함을 합쳐 놓은 듯한 매력이 특징이다. 편안한 가족 여행의 동반자로선 으뜸이 아닐까.
글, 사진/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