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이 높은 불법 환풍기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과열시 환풍기 작동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온도퓨즈’를 제거한 제품으로 대형화재 우려가 제기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환풍기 업체가 장착 의무가 있는 온도퓨즈를 제거한 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가 되는 환풍기는 온도퓨즈를 장착해 판매해야 함에도 불구, 제조업체가 온도휴즈에 대한 인증만 받은 후 실제 유통시에는 온도퓨즈를 제거한 불법 제품이다. 전기용품안전기준에서는 모터 타입에 따라 절연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풍기에 대해 온도퓨즈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업체에서 온도퓨즈를 빼고 유통하는 것은 비용 부담과 함께 과도한 애프터서비스(AS) 부담 때문이다. 대개 장시간 사용할 경우 모터의 온도 상승과 함께 화재 예방 목적으로 온도퓨즈가 끊기면서 환풍기가 작동을 멈춘다. 문제는 온도퓨즈가 한번 끊기면 이를 교체하기 전까지는 환풍기를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온도퓨즈는 대개 제품 내부에 있어 일반인은 교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제조업체를 찾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사 불만과 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제조사에서는 고온에서 장기간 사용 자제를 고지하지만 요식업종과 같이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어 온도퓨즈가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모 송풍기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원인을 분석해 제품에 하자가 없다면 1년 이내에는 무료로 온도퓨즈를 교체해 준다”며 “1년이 지나도 업체에서 과실이 없다고 강하게 항의하면 교체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품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온도퓨즈는 대개 120~150℃에서 끊기도록 설계가 돼 있다. 대개 신제품이라도 4시간 이상 환풍기를 돌리면 모터 온도가 200℃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김성삼 경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1년에 언론에 나온 환풍기 관련 화재만 10건이 넘어 실제로는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구체적으로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온도퓨즈가 없는 송풍기의 경우 과도한 사용시 주변 환경에 따라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7월 한달에는 환풍기 관련 사고가 9건에 달했다. 사고는 요식업종 주방과 같이 조리 과정에서 튄 기름찌꺼기 등이 환풍기에 눌어붙었다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만약 환풍기 날개 부문에 문제가 생겨 전원을 켜도 날개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이 경우 온도퓨즈가 없다면 밤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