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활화산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연구하며 대비해야 한다.”
백두산 화산 전문가로 알려진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이 책임은 본래 지구동력학에 조예가 깊다. 지구 심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분석해 왔다. 심부의 마그마 변화까지 줄줄이 꿰고 있기에 마치 화산 전문가처럼 알려졌다.
본래 이 책임 전공은 ‘고지자기학’이다. 우리나라 지표층 암석의 자기 상태를 분석해 과거 지각이 어떻게 변화했고, 향후 어디로 흘러 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
이 책임은 “암석이야말로 요즘으로 말하면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블랙박스’인 셈”이라며 “이를 연구하다보면 덤으로 자원분포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은 지금 어느 정도 규모로, 언제 터지냐가 관건인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특히, 백두산 아래 마그마는 규산성분이 많은 규질이 높아 압력을 계속 응축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마그마 변화 분석과 지구동력학적인 측면에서 백두산에 지진 등이 어떻게 일어날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이 책임이 지난해 중국에 백두산 공동연구를 제안한 이유다. 화산부문에선 웬만해서 공동연구 제안서를 쳐다보지 않는 중국이 순순히 응해왔다. 그만큼 그들도 절박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오는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국내에서 2015년부터 시작할 마그마 탐사활동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한다.
“한반도가 본래 세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반도가 3억년 전에는 적도 바로 아래 존재했었죠. 그러다 현재의 북반구에 자리 잡은 건 1억3000만년 전입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가 옛날엔 다 바다였어요.”
이 책임은 지질학적으로 북한에 광물이 많은 이유도 설명했다. 중한지계 접경이어서 옛 유라시아판이 부딪히며 표층 자원이 땅속으로 들어가며 한 군데 몰려 집적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모여있는 배사구조(지각이 압력을 받아 낙타의 육봉처럼 된 지질구조)가 있습니다. 서해안이죠. 중국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서해안 공동 시추 및 연구를 제안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국제해양시추프로그램(IODP)이나 국제대륙시추프로그램(ICDP)으로부터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 책임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맞닿아 있는 중국 송랴오 분지에는 세계적 생산량을 가진 대경유전이 가동 중”이라며 “서해안이 석유가 나올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에 개발해 볼 가치가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과학자들은 일주일 쉬라고 해도 사흘 쉬고는 다시 연구실을 기웃거릴 사람들입니다. 믿고 맡겨 주세요.”
연구밖에 모르는 이 책임이 낮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던진 얘기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