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의 하나로 꼽히는 T세포 림프종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밝혀냈다. 그동안 표준 치료방법이 없었던 T세포 림프종 항암치료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혁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공동교신저자), 고영혜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공동교신저자), 유해용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공동제1저자), 성민경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연구원(공동제1저자) 연구팀은 RHOA 유전자 변이가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AITL)의 원인이라고 9일 밝혔다.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AITL)은 고형암에 비해 유전적·병리적 원인 규명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 국제적 표준 치료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AITL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53.3%의 빈도로 RHOA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RHOA 유전자는 작은 G단백질의 일종으로 액틴(미세섬유) 세포골격의 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신호전달과정에 참여해 대장암, 유방암 등에서 암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연구진은 239명 림프종 환자의 시료 추가검증을 통해 해당 돌연변이가 T세포 림프종에만 존재한다고 밝혀냈다. RHOA 유전자에서 17번째 아미노산인 글리신이 발린으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세포증식이 활발해지고 암세포가 정상조직을 침범하는 침윤성 등의 발암성이 증가했다.
RHOA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단백질 구조변형으로 인해 구아노신3인산(GTP)과 결합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세포 증식, 사멸, 분열, 골격 재모델링 등 후속 신호에 이상이 생기면서 결국 림프종이 발생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상혁 이화여대 교수와 고영혜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지금까지 소외됐던 T세포 림프종의 유전체 연구를 통하여 높은 빈도의 원인성 유전자 변이를 찾고, 기능 검증을 수행했으며 세포신호전달 기전을 제시해 T세포 림프종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연구결과가 병리학적 양성이 특이한 AITL에 대한 이해는 물론 RHOA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 치료법 개발연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3월 3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삼성생명과학연구소와 삼성암연구소의 암유전체 사업, 광주과학기술원 시스템생물학인프라구축사업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