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잠을 못 이룬 날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정말 다사다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11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식을 갖고 산업과 통상이 결합된 새로운 부처 수장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이달 24일은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날이다.
취임 1년과 출범 1년을 맞는 윤 장관과 산업부의 지난 1년은 ‘다사다난’으로 대변된다. 불량부품 사용에 따른 원전 가동중단 사태와 전력난, 밀양송전탑 사건, 전기요금 인상,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세종청사 이전 등 매월 주요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산업부의 지난 1년 평가는 어려운 사건이 이어졌지만 무난하게 해결해 왔다는 평가와 함께 통상 등 일부 역할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윤상직 장관을 만나 지난 1년의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들어봤다.
![[특별 인터뷰]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https://img.etnews.com/photonews/1403/538900_20140309165026_510_0001.jpg)
-작년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됐다. ‘산업+통상’ 부처의 지난 1년 성과를 얘기한다면.
△범정부 차원의 통상전략인 ‘신통상 로드맵’을 수립해 이에 토대를 두고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통상교섭을 추진했다. 한·중 FTA 협상 1단계 완료(9월), 영연방 3개국 협상 재개 및 한·호주 FTA 타결(12월), WTO 발리 패키지 타결(12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과는 개발 수요에 부응하면서 산업, 자원, 에너지 협력 등과 연계한 상생형 FTA를 추진하고 있다.
-한·캐나다 FTA 타결 임박 얘기도 들린다.
△협상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자동차, 우리는 농업 부문에 민감했다. 이 부분에서 협상타결지점(랜딩존)을 찾아서 그 차이를 줄였다. 한·호주 FTA와 마찬가지로 이번 협상도 농산물 협상이 중요했다. 한·미 FTA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타결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통상업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통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 다르다.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박한 점수를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길고 넓게 보고, 일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히려 산업부가 산업을 알기 때문에 협상에서 방향성을 잘 잡을 수 있다. 교섭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통상교섭본부라면 FTA 체결 자체가 성과일 수 있지만 우리는 FTA 체결 이후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포지션을 융통성 있게 전략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통상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를 보면 ‘아쉬울 것이 없다’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니까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에도 한·중 FTA를 비롯해 통상 부문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작년에는 에너지 등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그 것을 처리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올해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연말까지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갈 것이다.
작년 1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에 대한 관심표명 이후 현재 12개 TPP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완료 예정인 TPP의 산업·분야별 심층 영향분석,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종합해 우리 최종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적한 바와 같이 작년 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이슈가 있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두 번째 밀양을 다녀와서는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 5월 원전부품비리로 시작된 원전 가동중단과 이로 인한 8월 전력대란 등 모두 심각한 문제였지만 오히려 전력 관련 현안(10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11월 전기요금 인상 등)을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난제가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올해도 여전히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전력산업 효율화를 위한 판매 부문 경쟁체제 도입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에 가격 합리화는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 당분간 구체적 전기요금 조정 계획은 없다. 올해는 전력 공기업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원가수준의 철저한 검증을 우선 검토할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합리적 전력소비를 유도하고 전기소비자 간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판매 부문 경쟁체제 도입에는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오는 8월까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스마트그리드 확산 등 전력산업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한 한국형 전력산업 발전방향 연구용역을 완료할 것이다.
-공기업 정상화계획과 관련한 중간평가와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계획 수립보다 이행이 중요하다.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은 계획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못하면 패널티를 주면 된다. 산하 공공기관 정상화 협의회에서 매월 이행실적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주도면밀하게 관리할 것이다. 8월까지 이행실적을 점검해 3분기 말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 이행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해임건의 등 후속조치를 단행할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다. 공기업에 이달 말까지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감리, 감독을 교차 체크하고 자재관리는 표준화해서 공통 경비를 줄이는 등 책임지고 아이디어를 내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 자연스럽게 조직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관리시스템이 선진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 임원 선임은 법규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전문성과 능력을 더 보유한 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성격에 맞는 자격기준 강화 등 보완대책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재무구조 개선은 필요하지만 지난 정부 때 어렵게 구입한 해외 자원개발 생산광구까지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해외자산 매각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해외자산 매각이 필요한 경우는 국내 투자자에게 우선 매각하고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는 핵심 사업은 국내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사업을 유지하는 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하겠다.
-실질적 성장 동력 발굴과 구현에 산업부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또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이유와 보완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 1년은 창조경제 구현이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우선됐다. 2년차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만들어졌다. 올해는 작년에 마련한 정책에 바탕을 두고 성과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민간과 함께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등 에너지 신산업 사업화를 촉진하고 시·도별 주력산업 선정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노후 산업단지공단을 혁신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 편중이나 수혜 등의 우려와 부처 간 중복 투자로 인한 혼선이 발생할까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부는 기본적으로 국가경제의 밑바탕을 깔고 가는 역할이다. 소프트웨어에 비교하면 운용체계(OS)와 같다. OS가 잘못돼 있으면 미들웨어, 각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OS가 제대로 돼야 다른 여러 산업도 커갈 수 있다.
산업엔진을 아이템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무인 비행기를 예로 들면 이 자체에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들어간다. 기술이 스핀오프되거나 접목되면서 다른 산업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극한 환경의 플랜트 산업은 극한 환경 소재가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의 의미는 정부가 투자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정도 해당 분야에 꾸준히 투자를 한다면 그 자체로서 성과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와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민간의 창의성과 연결되면서 다양한 미들 사이즈 산업이 나올 것이다. 제조업에 신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기술 개발과 국제공동연구, 인프라, 인력양성, 사업화, 제도개선 등으로 새 산업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산·학·연 및 대·중소기업 등이 공동 참여하는 협력 추진체계를 구축해 산업생태계 주체 간 상호 발전을 도모할 방침이다. 특히 미래부 미래성장동력과 유사성이 제기됐던 분야는 미래부와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도 세종청사로 이전했다. 많은 직원이 장거리 출퇴근 및 출장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 의견 수렴 등 산업부의 강점이 약해질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이전에 따른 장거리 출퇴근은 과도기적 현상이며 직원이 바뀐 업무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세종청사는 우리나라 중심에 위치해 있어 지방 중소도시의 현장방문 및 의견 수렴에는 오히려 강점이 있다.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은 현장 의견수렴으로 기업 고충 해소 및 경제 활성화, 민생안정에 역점을 둘 것이다. 스마트워크센터 및 영상회의 활용 확대 등으로 오히려 직원이 일과 생활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대담 권상희 정책팀장(부장) shkwon@etnews.com
정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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