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파라자일렌(PX)공장 증설 투자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PX공장 증설 투자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투자 걸림돌인 규제를 풀어준 정부와 정치권을 봐서는 빨리 진행해야 하지만 최근 PX 시황이 악화되고 경쟁사의 증설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 적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지난 2012년 일본 쇼와셀·다이요오일과 합작해 전남 여수에 100만톤 규모 PX공장 증설 투자를 추진했지만 공정거래법상 규제에 막혀 기본 설계 단계에서 중단된 상태다. 규제를 풀어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11일 시행되면서 GS칼텍스는 PX공장 증설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아직 세부 투자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쇼와셀·다이요오일과 업무협약 후 외촉법이 개정돼 다시 세부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정유업계와 증권가에서는 PX 시황이 나빠지면서 GS칼텍스가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투자가 지연된 2년 새 바뀐 시황 속에서 투자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영향으로 화학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PX 시황이 악화됐다. PX 시황은 지난해 2월 톤당 1600달러대에서 1년 사이 1300달러대로 떨어졌다. 그동안 언급되던 중국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PX를 원료로 만드는 석유화학제품) 대규모 증설에 따른 장밋빛 전망도 쏙 들어갔다. PTA 증설이 많이 이뤄졌지만 PX 증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PX 증설 규모는 550만톤, 올해는 700만톤, 내년에는 560만톤이 예정됐다.
국내 투자도 크게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인천석유화학 130만톤과 SK종합화학의 1조원대 일본합작 PX 투자를 마치고 오는 7월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토탈도 대산에 100만톤 규모 PX공장 증설을 마치고 6월쯤 가동한다.
국내외 경쟁업체에 비해 투자 시기가 늦어진 GS칼텍스는 서둘러도 오는 2016년에나 공장 증설을 마칠 수 있다. 이 때쯤이면 공급량이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황이라 PX 마진이 더 내려갈 전망이다.
GS칼텍스는 경기침체 속에 진행하는 투자라 시기와 규모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투자 여건을 조성해 줬는데도 머뭇거린다는 비난이 나온다. 올해 초 외촉법 국회 통과 당시 ‘대기업 특혜’를 지적하며 외촉법을 적극 저지한 야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에 법 개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업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외촉법이 진통끝에 통과됐는데 GS가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촉법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밀어줬던 사실도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GS칼텍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GS칼텍스가 투자를 계속 미루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이 외촉법 개정이 실정이라고 지적하는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외촉법 개정 이후 일본 측과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기초 설계, 공장용지 정비 등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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