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의 두 배에 달하는 고수익으로 눈총을 받던 민간발전사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9000㎿ 규모의 민간발전사 설비용량이 올해 5000㎿가 늘어 1만4000㎿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민간발전사의 전력 공급능력이 1년 새 60%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1450㎿급 포천복합 1, 2호기는 각각 6월과 11월 순차 준공하고, 포스코에너지가 건설 중인 382㎿급 포스코복합 7, 8호기는 7월과 12월에 상업 발전을 시작한다. 삼천리 자회사 에스파워의 834㎿급 안산복합이 오는 10월,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이 짓는 1716㎿급 동두천복합 1, 2호기가 12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신규 민간발전소가 대거 투입되면서 발전소 간 발전단가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간발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는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석탄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부족한 물량을 담당한다. 전력거래소는 전일 민간발전사가 제시한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가장 싼 발전소부터 전력공급 명령을 내린다.
민간발전사 한 관계자는 “신규 민간발전소가 대거 전력공급에 나서면서 발전소 간 발전단가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값싼 연료를 직도입하거나 새로 짓는 발전소가 발전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올해 민간발전 부문 설비용량이 5059㎿가 늘어나면 국가 전체 발전설비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1%보다 3%P 늘어 14%가 된다. 전체 설비 용량은 8만7107㎿에서 9206㎿(10%) 늘어 9만6377㎿가 되고 민간발전 설비용량은 60%가 늘어 1만4074㎿로 확대된다.
이처럼 민간발전 설비용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발전사업 참여를 종용하는 정책과 안정적인 고수익이 보장된 사업 여건 때문이다.
올해 준공 예정인 발전소 건설 계획이 확정된 지난 2010년 5차전력 수급계획 수립 당시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고 발전공기업 부지 포화 상태에 도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발전사업자가 필요했다.
정부는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용량 요금 제도 도입으로 민간발전사의 투자보수율을 보장했다. 정부 승인을 받아 발전소만 지으면 발전여부에 관계없이 건설비 회수는 보장되고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면 수익이 늘어나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이 일제히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고 올해 이 민간발전소가 전력생산을 시작한다.
문제는 발전소가 건설되는 최근 몇 년 새 민간발전사의 고수익을 보장하던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 제도 아래 지난 2012~2013년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민간발전사는 9~14%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해 5% 수준인 발전공기업과 형평성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전력기준가격에 상한선을 만든 데 이어 올해는 발전사에 설비투자 보상차원에서 전력기준가격에 포함했던 비용지급 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다. 전력을 생산하지 않은 발전소에 설비투자 보상금 지급 방식도 ‘성과연동제’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발전소만 지어 놓아도 일정 수익이 확보되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최근 전력공급이 안정되면서 민간발전소에 대한 전력공급 지시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력난이 없었던 지난 겨울 전력거래소의 발전 지시가 전년도보다 20% 이상 줄었으며, 일부 민간발전소는 입찰에 응했지만 단 한 번도 발전을 하지 못한 곳도 있다. 발전소를 가동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데, 원가가 높은 민간발전소의 발전대기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발전 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 증대에 따른 수익하락이 이미 발생하는 상황이라 올해 신규 민간발전소 공급능력이 대폭 늘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 전력거래소>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