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테크(대표 이재석)는 진공펌프용 오일 국산화를 이룬 기업이다. 진공펌프용 오일은 일본 마쓰무라가 30여년 간 시장을 독점해 국산화 의미가 크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대기업에서도 유사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품질 문제로 주요 공정에서는 마쓰무라 제품이 사용된다. 진공펌프용 오일이 진공상태를 유지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기를 빼기 위해 펌프 내 실린더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온도가 상승하면 펌프 내부에 카본이 끼거나 유증기가 발생한다. 카본이나 유증기가 진공관에 들어가면 진공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에서는 품질과 직결된다. 오일을 고순도 상태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몰리테크의 ‘MOLYVAC 3000’은 이재석 사장이 3년여에 걸쳐 직접 개발했다. 경유를 끓여 추출한 것으로 이물질이 전혀 없는 초고순도다. 석유계 미네랄 오일로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추출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진공상태로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다. 일본 제품에 비해 윤활성이 우수하고 시간이 지나도 점도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오일 점도 관련 시험성적서도 받았다. 자체 테스트 결과, 일본 제품에 비해 최고 10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했다.
수분과 분리되는 성질도 우수하다. 진공펌프용 오일은 펌프 안에 수분이 유입될 것을 대비해 물과 오일이 확실하게 분리돼야 한다. 물이 가라앉지 않으면 펌프가 부식되거나 수증기가 발생해 진공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몰리테크는 최근 품질을 인정받아 진공펌프 전문업체인 우성오토마와 첫 공급계약을 맺었다. 코디박 등 주요 펌프회사와도 품질 테스트 중이다.
이재석 사장은 “김포시 골든밸리 2차 산업단지에 공장부지를 분양받아 양산체제를 준비 중”이라며 “생산규모는 연간 1만ℓ로 이르면 9월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석 몰리테크 사장
“국산 진공펌프용 오일로 일본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입니다.”
이재석 몰리테크 사장은 윤활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여년에 달하는 노하우를 진공펌프용 오일 개발에 쏟아 부었다. 대기업에서도 일본 마쓰무라 제품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진공 추출과정을 개발, 3년 만에 해냈다. 가격도 60%수준으로 낮췄다.
이 사장은 “진공펌프 내부에서 카본이나 유증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공상태를 이용해 고순도로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누구나 방법은 알지만 실제 제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기술 공개를 꺼려해 특허도 내지 않았다. 따라 하기 힘든 기술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장 내부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 공급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잡았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수출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신뢰성 테스만 끝나면 국내 매출 100억원, 수출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장은 “진공펌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의료기기·식품포장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핵심인 오일을 국산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 제품의 비싼 가격과 공급량 부족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