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바쁘다. 공부하랴, 영어·수학 학원 다니랴,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도시 아이들은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 살며 비슷한 상가와 건물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학교와 학원과 PC방을 오간다. 친구와 어울려 신나게 뛰어놀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과 카카오톡에 빠져 지낸다.
부모들은 자기 어렸을 때보다 더 각박해진 아이들의 삶을 보며 안타까워 한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각종 체험 교실과 행사가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싱그러운 자연이 있는 시골에서의 삶, 직접 몸을 움직여 일을 하고 장난감 없이 뛰어노는 일상을 느끼는 기회를 아이에게 주면 어떨까. 아빠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와 함께 신나게 어울리는 계기가 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인근에서 가능한 체험 교실을 찾아 아이와 함께 즐겨보자.
◇딸기농장 체험마을
따뜻한 봄에는 달콤한 딸기가 제격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딸기 농장을 찾아 직접 딸기를 따고 딸기 잼을 만들어보는 딸기 체험농장들이 인기다.
딸기는 크기가 작고 따는 작업도 어렵지 않아 어린이의 농사 체험에 적합하다. 비닐하우스 경작으로 1년 내내 체험이 가능하지만 날이 풀리는 봄이 딸기 체험의 적기다. 비닐하우스 농장에 키우는 딸기를 따고 수확한 딸기는 집에 가져간다.
딸기 꽃에 맺힌 작은 열매가 탐스러운 딸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고사리 손으로 딸기를 따는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처음에 주어지는 비닐 팩 분량만큼만 딸기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많이 따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딸기를 딴 후에는 딸기 잼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와 함께 마주 앉아 으깬 딸기를 중불에 저으며 느긋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딸기 체험 농장은 양평이나 남양주, 일산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딸 수 있는 딸기 양이나 딸기잼 만들기 체험 여부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진다. 미리 예약을 해 둬야 혼선 없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외갓집 체험마을
시골에 친척이 있어 방학마다 놀러 가는 친구가 부럽다는 어린이가 많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좀처럼 겪기 힘든 시골 생활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외갓집 체험 마을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에는 썰매 타기, 여름에는 냇가에서 송어 잡기 등 계절에 맞는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떡메를 치며 인절미를 만들거나 나뭇가지를 모아 고구마를 구워먹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가 가득하다.
봄을 맞은 요즘에는 나물 뜯기와 숲 체험을 하고 옛날식으로 소당뚜껑 화로에 전을 부쳐먹는 등의 활동이 준비돼 있다. 감자캐기나 볏집으로 인형 만들기, 염소나 강아지 등 시골 생활에서 친숙한 동물과 교감하고 올챙이를 관찰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저녁에는 장작불을 태우며 불꽃이 하늘로 퍼지는 화려한 불놀이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자연과 어울리는 체험을 안겨 준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로도 많이 방문하지만 가족 단위로 갈 수도 있다. 마음 맞는 가정끼리 함께 가는 것도 좋다. 당일치기 소풍부터 1박 2일이나 2박 3일 코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의외로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연인도 많이 찾는 편이다.
양평 ‘신론리 외갓집 체험마을’이나 ‘김주헌 촌장과 함께 하는 외갓집 체험마을’ 등이 유명하다.
◇나도 예술가
시골에서 농사 일을 체험하거나 자연에서 뛰노는 체험뿐만 아니라 예술적 감수성을 엿보거나 미래의 직업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우리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적 문화예술 인재를 무수히 배출한 리틀엔젤스는 5~12세 어린이들을 위한 ‘리틀엔젤스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1962년 창단돼 국내 무용계 발전을 이끌고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한 리틀엔젤스의 예술 인재 양성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작년 6월 시작돼 무용과 노래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꼭두각시춤이나 북춤 등 리틀엔젤스 무용 공연을 관람하고 한국 무용 수업, 요들송 배우기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공연 화장을 하고 무대 의상을 입어보며 예술단원이 되어보는 체험까지 하게 된다.
매주 토요일 2시간 반 동안 진행되며 리틀엔젤스 예술단 홈페이지에서 접수 가능하다. 부모와 아이가 우리 전통 문화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