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자의 제자 자하가 거보 땅을 다스리게 되어 공자에게 어떻게 다스릴지 물었다.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욕속무견소리(無欲速無見小利),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 견소리즉대사불성(見小利則大事不成)”, 이는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마라. 서두르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되새겨 보면 중국과 관계를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만만디(慢慢地) 정신’이라는 중국인의 큰일을 추진하는 도도한 큰 힘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만만디’에 반대되는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매우 역동적인 과학기술 국가로 발돋움했다. 단기간의 성공적인 부흥은 세계사에도 유례가 없으며 우리 국민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일이다. 20년 전에만 해도 중국이 현재의 G2로서 기술력과 부(富)를 이루리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린에너지 분야의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그린에너지 산업은 자국 기업 육성정책과 외국기업 투자를 통해 에너지 기술의 글로벌화와 사업 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그린에너지 분야에 제출한 특허건수가 양적으로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매년 27%씩 증가해 2020년에는 EU 전체의 특허건수보다 많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그린 산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차세대 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수출 등의 신장은 국가 존립을 위한 필수 요소며 산업구도의 혁신 없이는 더욱 불가능하다. 그린 산업의 양적인 측면은 중국 크기나 인구 규모로 볼 때, 산업 기술의 질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자국 부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력이 부족한 분야 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과 거의 동일하거나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까지 과학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좋은 지표를 가지고는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양적 지표인 특허, 국제논문 등에서 세계 최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5위권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국제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각종 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제품 수가 14개나 되지만 이 중에서 30%는 언제 1위 자리를 내어줄지 모른다.
제품 경쟁력 하락 추이로 기술 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계는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창의성 있는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창조경제를 국가 어젠다로 설정한 것도 지금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럼 창조경제를 위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가. 다시 한 번 공자에게서 답변을 구해본다. 공자는 예전에 배운 것을 연구해 새롭게 응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습득하고 배운 것에서 새롭게 할 것은 양적인 고속 성장에서 질적인 최고로의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고가 되기 위한 일(work)의 내용은 과학기술자들이 창의적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성장을 국가전략을 통해 실현해 왔는데, 일하는 방식인 국가 전략적 지원 체계가 새로운 체계에 대한 혼돈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 과학기술의 지원방식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반드시 전환해야만 한다. 그것은 양적인 지원에서 질적인 지원으로 전환이다. 과학기술연구 사후 평가에서도 질적인 평가 전환이 절대적이며 필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과학기술 지원 프로세스의 중심축도 새로운 틀인 질적, 다양성, 탄력적, 자율적인 중심축으로 바꾸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자율성에 기반을 두고, 절대적 책임을 부과한 질적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새로운 틀의 지원 체제가 성립될 것이라 믿는다.
조계현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kcho@y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