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정보보호 인력을 양성하고 통일이 되면 평양시장에 출마할 것입니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KITRI)(72)은 10만 보안인력 양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신용카드사와 KT 고객정보 유출 등 사건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보안인력을 양성하자는 그의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는 제11대부터 14대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0년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에 취임한 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처음 원장이 됐을 때 의외란 평이 많았다. 38세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16년 간 경제과학위원장, 초대 정보위원 등 중책을 맡았던 정치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원장은 취임 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IT전문교육기관이었던 KITRI를 정보보호 전문 교육기관으로 바꿨다.
“한국은 IT강국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정보보호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정보보호 기술이 탄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면 IT산업 근간이 흔들린다.”
유 원장은 “우수한 인재가 바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생활 스포츠처럼 광범위한 보안전문가 교육시스템과 제도 마련에 집중했다.
“저변이 확대되면 우수한 인재가 자연스럽게 보안 엘리트로 만들어지는 사회시스템이 완성된다”며 “보안인재는 마치 독도를 지키는 수비대처럼 우리 사회 근간을 지키는 수문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몸소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니며 보안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끈질긴 설득으로 예산을 확보해 최정예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바로 ‘BOB(베스트 오브 베스트)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과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기생을 배출했다.
그는 “세계 최초 컴퓨터 바이러스인 ‘모리스웜’을 만든 로버트 모리스나 오픈소스를 이끄는 리처드 스톨만은 모두 화이트 해커 출신”이라며 “윤리의식을 갖춘 화이트 해커를 집중 양성해야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3000명에 달하는 사이버테러 전문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유 원장은 “유능한 화이트 해커를 양성해 K팝처럼 한국의 또 다른 먹거리를 만들어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60대 후반 마라톤을 시작해 10번을 완주했다. 정보보호 인력도 울트라 마라톤처럼 끈질기게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