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시리즈 출시 때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졌던 핵심 부품 수급 문제가 이번에는 카메라모듈용 렌즈 수율로 번졌다. 갤럭시S5의 최고 마케팅 포인트로 꼽혔던 1600만화소 카메라모듈의 주요 부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과거 갤럭시S3 때도 카메라모듈 공급 부족으로 판매 전략에 문제가 된 적이 있어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1600만화소 카메라모듈 수급 불안 탓에 갤럭시S5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 자체 생산 라인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등 주요 협력사도 지난달 1600만화소 카메라모듈 생산을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렌즈 생산 수율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1600만화소 카메라모듈용 렌즈는 6피스 플라스틱 사출물을 결합해 만든다. 종전 1300만화소 카메라모듈용 렌즈보다 1피스 늘었다. 문제는 플라스틱 사출물이 늘었지만, 두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얇은 스마트폰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모듈 두께를 종전보다 더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렌즈업체들이 플라스틱 사출물을 더 얇게 가공해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얇은 렌즈에는 조그만 흠집이 생겨도 광학적으로 상당한 왜곡이 발생한다”며 “플라스틱 렌즈를 얇게 가공하기 위해 더욱 정밀한 금형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렌즈 수율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렌즈업체들은 자체 금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금형을 직접 만들어 협력사에 제공하고 있다. 이후 렌즈업체들은 금형 기술 대신 플라스틱 사출 기술에만 집중해왔다. 금형과 사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기술이다. 지금은 렌즈 생산 현장에서 금형 문제를 발견해도 이를 고객사에 피드백하기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렌즈업체가 6개의 플라스틱 사출물을 이어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광축을 기준으로 6개의 렌즈가 정확히 결합되지 않으면 광학 불량이 생긴다. 렌즈 피스는 단순히 한 개 늘어나지만, 광축을 기준으로 보면 공정상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갤럭시S5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구매담당자들은 현재 렌즈 협력사 공장에 거의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 행사에서 4월 11일 주요 지역 시장에 갤럭시S5를 출시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생산 일정을 감안하면 일부 지역은 출시 계획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5용 카메라모듈은 초소형·초박형 기술이 결집된 제품”이라며 “초기에는 생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