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DMB 안테나를 번들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모바일 방송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방수·방진 기능을 구현하려면 기술적으로 DMB 안테나를 매립형으로 탑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별도 액세서리를 번들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매립형보다 불편해 DMB 방송 이용자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에 모바일 OTT 방송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방수·방진 제품으로 개발돼 기술적으로 매립형 DMB 안테나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량이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방송 시청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온 DMB 방송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지상파 방송사가 DMB 방송의 채산성 악화를 고민해온 터라 DMB 방송 조직이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바일 TV 종주국인 한국이 DMB를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지상파DMB는 정부로부터 별도 주파수를 할당받아 트래픽 부담 없이 모바일용 무료 실시간 방송을 서비스하는 유일한 매체다. 지난 2009년 이후 평균 시청률이 지속 하락세를 보였다. 통신사업자, 지상파·케이블 방송사 등이 주문형비디오(VoD)를 포함한 모바일TV를 속속 출시한 이후부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다시 지상파DMB 시청률이 0.5%에서 0.634%로 반등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점점 늘면서 별도 가입비나 이용 요금 없이 DMB 지원 단말기만 구입하면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DMB가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해 한국광고주협회 조사 결과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한 경로’ 중 1위가 지상파DMB(66.9%)로, 실시간 모바일 방송 분야 최고 점유율을 차지했다.
문제는 DMB 방송사의 주요 수익원이 광고 매출이 단말기 보급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단말기가 지상파 DMB를 지원하지 않으면 호핀(SK텔레콤), Btv모바일(SK브로드밴드), 올레tv모바일(KT), U+HDTV(LG유플러스), 티빙(CJ헬로비전), pooq(콘텐츠연합플랫폼) 등 적게는 월 2900원에서 많게는 월 5500원을 과금하는 통신사·케이블·지상파방송사 등이 가입자 추가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DMB 방송이 기본 탑재되지 않더라도 모바일 OTT 방송을 제공하는 통신사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지상파 DMB는 경쟁매체 등장과 결합판매 제외로 광고비 매출액이 지난 2011년에 비해 지난해 3분의 1로 급감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논리에 밀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DMB 활성화 방안을 놓고 단말기 판매 시 지상파 DMB 개통비를 받는 방안을 논의하다 폐기한 것도 통신사와 제조사의 반대 때문이었다.
지상파 DMB 시장이 위축되면서 모바일TV 종주국이던 한국 위상도 추락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 업계가 미국 모바일TV 표준을 주도하는 등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DMB 시장 위축으로 후방 생태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DMB칩을 공급하는 협력사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포진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 그나마 선전하던 품목이다. 안테나 역시 중소·중견 기업이 공급해왔다.
지상파 DMB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특정 기능 때문에 그동안 무리없이 이용하던 서비스가 중단되면 소비자의 시청권도 박탈하는 것”이라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LG전자 모두 DMB 안테나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플래그십 모델 출시 시한으로 못 박은 4월 초까지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