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1위 안경렌즈업체의 국내 2위 업체 인수를 불허했다. 안경렌즈 독과점 시장구조 형성을 막기 위한 조치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것은 지난 2009년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글로벌 면세점 인수건 이후 5년 만이다.
공정위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세계·국내 1위 업체 에실로아메라인베스트먼트(이하 에실로)가 국내 안경렌즈 2위 기업 대명광학의 주식을 취득하는 건과 관련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어 불허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에실로는 지난해 대명광학 주식 5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2002년 케미그라스(현 국내 1위 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 국내기업 인수를 시도한 것이다. 에실로는 국내에 에실로코리아와 케미그라스, 데코비젼 등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는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단초점렌즈 시장(66.3%), 누진다초점렌즈 시장(46.2%)에서 1위 사업자가 돼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단초점렌즈 시장은 결합 후 합산 점유율이 2위 사업자(한미스위스) 점유율(11.1%)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렌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고, 끼워팔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대명광학이 지난 10여년 동안 단초점렌즈 시장 경쟁을 주도해 렌즈 가격이 하향 안정화돼 왔다고 평가했다.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단초점렌즈와 누진다초점렌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소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결합당사회사는 저가부터 고가까지 모든 상품군을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업체여서 끼워팔기 등 남용 행위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이번 결합으로 독과점 시장구조가 형성되면 경쟁 상황은 지금보다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사후 해결이 곤란하다”며 “결합당사회사가 지분관계로 얽혀 있는 이상 한시적 가격인상 제한조치 등으로는 근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불허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