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해외 업체보다 1~2년 늦게 ISO 26262 대응에 나섰다. 기능안전 국제표준이 제정되던 2011년, 본격 시행까지 3년 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으나 해외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ISO 26262를 도입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는 BMW와 다임러그룹, 폴크스바겐, 아우디, GM, 도요타, 닛산 등이 부분 또는 전면 ISO 26262를 도입했다. 이 업체들은 부품을 발주할 때 ISO 26262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입찰 기회를 박탈당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보쉬, 콘티넨탈, TRW 등 부품 업계도 ISO 26262 대응을 끝마쳤다.
우리나라는 내년이 ISO 26262 도입의 실질적 원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내년 말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쌍용차도 내년 중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쌍용차는 품질의 바로미터인 ISO 26262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부품 업체다. 해외에선 완성차와 부품사가 비슷한 시기에 대응을 시작해 큰 실력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에선 부품 업체들이 ISO 26262에 대한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면서 업체별로 실력차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에스엘, LG전자, 삼성SDI 등 대형 부품업체가 부품 및 프로세스에서 ISO 26262 인증을 받았고 관련 인력 양성에 나서는 등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소 부품업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중견 업체들까지도 최소한의 대응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SO 26262 업무가 실무진 수준에서 그치면서 최고위 경영층이 기능안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업체가 많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현대차가 업계에 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ISO 26262에 대한 이해가 깊은 권문식 사장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복귀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