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특허 금융, 특허 매매 등 지식재산(IP)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연락하면서 미국의 IP 비즈니스 인프라에 부러운 점이 많았다. 양질의 특허와 이러한 특허를 찾고 투자하는 IP펀드 그리고 특허 마인드까지. 부러운 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척박하다. 일부 정부의 의미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IP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은 초기 단계다.
나는 IP야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성장동력이며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천연자원은 빈약하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차원에서의 IP 비즈니스 전략을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IP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일례로 정부의 IP 금융과 지원이 대부분 국내특허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매매로 특허의 가치가 평가되는 특허 거래시장을 보면 국내 특허는 대부분 해당 기술이 우리나라 시장에 한정된 기술 분야 몇몇을 제외하고는 미국 특허에 비해 현저히 가치가 낮게 형성돼 있음을 체감한다.
해외 특허거래 시장에서 주된 대상은 미국 특허다. IP를 통한 유동화 측면에서 보면 시장 규모, 소송상 손해배상액 등으로 인해 미국 특허 가치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우리의 IP 비즈니스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우수한 IP를 확보해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대학, 각종 연구기관도 특허전략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특허전문가에게 특허전략을 맡겨야 한다.
다수의 전문가가 이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아직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으로 이를 인정받는 것이 연구자의 몫이라면, 연구자의 연구결과를 시장과 상품의 관점에서 IP화하는 것은 특허전문가의 일이다. 아직도 논문과 특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허전문가는 IP에 투여된 자본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해 효율성 높은 IP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IP전략은 시장과 상품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막대한 자본의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런 사례가 너무 많다.
다음으로는 세계를 무대로 IP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자본과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특허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특허를 선점하고 이들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특허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의 우수 특허기술을 우리가 확보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의 인식전환과 정책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고 자본 투입과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이다.
IP 시장은 자본과 전문가의 안목으로 미래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있는 우리 대기업은 이미 세계를 무대로 IP 확보 노력과 IP 비즈니스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경험이 부족한 다른 기업들과 대학, 연구기관들에도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문득 일본과 조선의 개항 역사가 교차돼 떠오른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일본 선각자들의 노력이었다. 우리의 지금 IP 비즈니스도 세계를 향한 이해와 도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처럼 늦어지기 전에.
정태훈 TNI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TNI 글로벌 주식회사 대표이사 thj@tnipat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