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6시간 30분가량 ‘끝장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기업인 등 민간 부문 60여명에 국무총리와 관계장관 등 총 140여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 규제 철폐에 한 목소리를 냈다.
박 대통령이 민간 부문 규제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가운데 기업과 민간 부문을 대표하는 20여명이 규제로 인해 겪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토로했으며 관계부처 장관은 규제개혁 방안을 답하면서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도 중간중간 마이크를 잡고 돌발질문을 던지기도 해 관계부처 장관은 답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증제도 중복 문제와 관련, “현재 136개 인증제도 중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것이 40여개인데 기본적으로 인증의 숫자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해 KS표준을 통해 다른 기준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한 번 인증받으면 추가 인증 없이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이런 것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고쳐지는지 기업하는 분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인증제도에 관한 난(欄)을 만들어서 무엇이 있는지 알리고 불합리한 게 있으면 민간에서 보완요구도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올려 관계되는 분들이 인증에 대해 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청년인턴 규제와 관련, “청년인턴제를 5인 이상 기업에만 도입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그것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지 벤처라든지 지식사업 같은 경우는 작은 기업이어도 일을 배우고 정규직 전환할 여지가 있으므로 특성에 따라 규제를 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동차튜닝 규제에 대해 “2013년 8월에 자동차튜닝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자동차튜닝 관련 규제완화 등 후속조치를 현재 진행 중에 있다”며 “타인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분은 규제를 전부 없애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 이른바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계부처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민관 합동 규제개선추진단에서 접수한 손톱 밑 가시 가운데 60%정도는 해결됐거나 해결 중이고 나머지 40% 중엔 해결 안 되거나 검토해야 하는 게 있다. 포장하지 않은 닭고기 판매는 위생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보고하자 “할 수가 없는 걸 왜 손톱 밑 가시로 선정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란 얘기가 나온 건 거기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위생상 문제가 있다면 ‘된다, 안 된다’보다 그걸 해결하면서도 손쉽게 닭을 팔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표적 게임 규제인 셧다운제와 관련, “셧다운제는 과거 게임으로 인한 부모 살인, 자살 등으로 사회문제화되면서 도입됐는데 2년 정도 시행되면서 모든 게임사가 지키고 있다”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2년 정도 지켜본 결과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게임 이용이 62% 줄었다”며 “규제 완화를 위해 문화부와 학부모, 중독치료 전문가 등과 함께 규제완화에 협조하고 점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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