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베트남 제2 스마트폰 공장에 처음 도입하는 고속 칩 마운터를 일본산 제품으로 채택했다. 첨단 제조업의 핵심 설비이자 지난 10여년의 국산화 역사를 지닌 칩 마운터 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옌퐁에 설립 중인 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PC 공장에 일본 후지의 고속 칩 마운터가 1차 선정됐다. 국내에서 고속 칩 마운터의 명맥을 이어가던 삼성 계열 A사는 파나소닉 핵심 인력까지 영입해 시간당 칩 실장 수(CPH)가 12만개에 달하는 차세대 마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드웨어 성능이 개선됐음에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부문에서 기대한 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후지는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종전까지 보수적인 가격 정책을 펼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를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응웬 공장 초도 물량으로 25개 조립 라인에 달하는 생산 설비를 발주했다. 올해 안에 80~100개 조립 라인이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응웬 공장 부지를 감안하면 최다 200개까지 조립 라인을 설치할 수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삼성 계열 A사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의 고속 칩 마운터 수주에 실패하면서 국내 표면실장기술(SMT)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칩 마운터 국산화 시대를 연 미래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이번 1차 발주에 A사마저 탈락하면서 국내 칩 마운터 업계의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속 마운터를 후지 등 일본 업체에 의존하는 상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함께 고속 칩 마운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해 온 파나소닉도 이번 수주전에 실패해 큰 타격을 받았다. 파나소닉은 수주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미리 장비를 생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주전에서 탈락함으로써 조만간 세계 칩 마운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여년 전 미래산업에 이어 칩 마운터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현재 국내 업체 중 고속기 기술력을 보유한 곳은 삼성 계열 A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중속 칩 마운터는 중국이 석권한 상황에서 고속 칩 마운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고속 칩 마운터 수요가 늘어난 대신 중속 칩 마운터 수요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 2005년 SMT 시장에서 고속기 비중은 3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SMT 시장에서 고속기 비중은 7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속기 대신 고속 칩 마운터를 쓰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후지는 칩 마운터 업체 중 가격을 인하해주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라며 “삼성전자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또 “타이응웬 공장은 삼성전자 무인 자동화 플랫폼 전략의 핵심”이라며 “1차 수주전에서 레퍼런스 장비의 지위를 뺏긴 A사는 이를 탈환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