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의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우주인이 있다. 유리 가가린은 메트로 모스크바가 이달 실시한 ‘백만불짜리 미소’ 설문 조사에서 브래드 피트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크루즈, 조니 뎁 등 유명 월드스타들이 가가린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 응답자의 62.3%(282표)가 가가린의 미소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했다. 본격적인 유인우주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7년 후 1968년 3월 27일 그는 비행 훈련 중 타고 있던 제트 훈련기가 모스크바 근교 블라디미르 주의 한 마을에 추락해 숨을 거뒀다.
우주 비행사 후보로 뽑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힘든 훈련에 돌입한 유리 가가린은 자전적 수기 ‘지구는 푸른 빛이었다’에서 훈련과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무려 40회나 낙하했다. 한 회 한 회가 결코 같지 않았고 매번 다른 체험을 했다. 그래서 언제나 불안과 희열이 교차되는 감정을 맛보았다. 뛰어내리기 직전 온몸에 밀려오는 피로감, 내려오면서 느끼는 스릴과 쇼크, 그리고 바람을 찢는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낙하훈련은 인격을 단련시키며 의지를 굳게 했다.”
그러나 그가 죽자 ‘최초 우주인’ 논란이 벌어졌다. 가가린이 사망하자 소련이 가가린 사망원인을 국방부 기밀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가가린의 양심선언을 두려워해 소련이 그를 제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108시간동안 지구를 돌면서 유리 가가린이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않은 점 또한 논란을 부추겼다. 소련은 유인 우주선 발사를 한 적이 없지만 미국에 우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유리 가가린을 포섭해 거짓 작전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