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상품양허 수준 두고 팽팽히 맞서…큰 입장차 확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제10차 협상에서 양국은 극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상품양허 수준 등을 두고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 다음 협상에서도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21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측은 상호 관심 분야 개방을 요구했지만 이견이 팽팽히 맞서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며 “향후 지속적인 양허 협상으로 구체 품목별 처리방식을 협의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 제10차 협상은 지난 17일부터 5일 동안 진행됐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상품양허, 서비스·투자 분야, 규범과 협력 분야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철강·기계·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품목에 대한 중국의 조기 관세 철폐를 주장했다. 국내 농수산업의 영세성과 민감성을 부각해 주요 농수산물을 초민감품목군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농수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우리나라보다 낮은 산업 경쟁력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 조기 개방에 난색을 표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내거티브 방식을, 중국은 포지티브 방식을 주장했다.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해 우리는 높은 수준의 권리 보호와 집행 강화를 주장한 반면에 중국은 지리적표시(GI) 확대, 유전자원·전통지식 보호 강화를 내세웠다. 불법조업(IUU)과 관련 우리나라는 FTA상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우 실장은 “상품양허 분야에서는 팽팽한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협상으로 양측을 이해하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 부문과 관련 우리는 중국이 문을 닫는게 자국 기업을 위한 길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며 “IUU는 양국 어업협정이라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다룰 수 있는 문제지만 우리는 중요한 사안인만큼 FTA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고 중국은 이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 양국은 5~6월경 제11차 협상을 중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세부 일정과 장소는 향후 협의하기로 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