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자 투자회수 장외매각 비중 과도...양질의 IPO·M&A 방식 늘려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난해 벤처캐피털 투자 회수 비중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 방식이 양질로 꼽히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보다 장외매각·상환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A와 IPO를 통해 대부분의 투자회수가 이뤄지는 미국과는 큰 차이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투자-성장-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M&A와 IPO를 중심으로 투자회수 시스템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창업투자자의 투자회수 가운데 M&A와 IPO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4%, 12.7%에 그쳤다. 벤처투자 문화가 성숙한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이 비중이 각각 61.4%, 38.6%로 집계됐다. 양국 간 극명한 차이다.

반면에 장외매각 및 상환(48.7%)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장외매각은 투자한 회사 지분을 장외에서 제 3자나 특정인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상환은 투자자금을 받은 기업이 대금을 다시 반환한 경우다.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이 수익을 낸 경우도 있지만 단순 투자회수나 저가 매각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IPO를 통한 투자회수 규모는 코스닥지수와 대체로 ‘정의 관계’인데 최근 수년간 코스닥이 정체되면서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가 쉽지 않다”며 “M&A를 활용한 투자회수가 부진한 것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의 정서적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우리나라 투자회수(Exit) 시스템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회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투자규모 확대가 가능하고, 또 다른 벤처기업이 투자받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기능 정상화와 M&A의 전반적 확산을 해법으로 꼽고 있다.

창투사 관계자는 “코스닥을 유가증권시장과 분리해 ‘하이리스크-하이리턴’형 기술주 중심의 주식시장이라는 원래의 기능을 회복해야한다”며 “증권 투자자 보호에만 너무 몰입하다 보니 창업과 연계한 모험적 투자가 줄고, 초기투자자는 회수할 창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벤처투자와 M&A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낮아져야 벤처투자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상장 이전 단계 기업의 M&A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제도 발굴과 개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우리나라와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회수 비중 비교(단위:%) / 자료: 벤처캐피탈협회>


2013년 우리나라와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회수 비중 비교(단위:%) / 자료: 벤처캐피탈협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