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막태양전지 투자 보류

삼성SDI의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양산라인 구축이 늦어진다. 당초 연내 준공해 시험가동을 목표했지만 내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투자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국책 과제로 진행한 사업이어서 양산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 목표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착공하기로 한 200㎿규모 CIGS 박막태양전지 제조라인 투자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11년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과제에 참여해 CIGS 박막 태양전지 제조기술을 개발해 왔다. 과제 참여 3년차인 올해까지 총 300억원 과제비가 투입됐다. 오는 12월 기술 개발, 제조라인 구축 상황을 종합해 최종 평가를 받는다.

200㎿ 제조라인 설립 여부가 과제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아직까지 투자 결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사업 공기를 감안하면 연내 준공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지난해까지 기술 개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든 삼성SDI 행보를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삼성SDI는 지난해 시험 인증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대면적(1.44㎡) CIGS박막 태양전지 효율을 15.7%로 공식 인정받았다. 이는 일본 솔라프론티어가 갖고 있는 종전 세계 기록을 면적과 효율 측면에서 모두 앞선 것이다. 당시 성과를 두고 박막태양전지와 결정질태양전지의 경제성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따랐다. 특히 양산 가능한 장비로 시제품 제조에 성공하면서 사업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삼성SDI가 신규 투자를 앞두고 수세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박막 태양전지 시장 개화가 늦어지고 지난해 영업이익 273억원 적자 전환 하는 등 투자 여건이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 규모 CIGS 태양전지 제조라인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박막태양전지 효율 등 기술측면에서는 이미 세계 정상권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사업화 시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정밀화학도 최근 폴리실리콘사업 지분을 축소하는 등 그룹에 불확실성이 큰 태양광사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투자 계획은 아직 외부에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올해 12월 과제평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