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실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기술사업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과도한 복지혜택 등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과거 비정상적인 경영실태에 대한 개선 압박도 거세다. 실적논란도 여전하다. 출연연 전체가 한 해 쓰는 정부예산 때문이다. 올해 국가 R&D 전체 예산은 17조7000억원이다. 이의 40%인 7조원가량을 출연연이 쓴다.
![[창조경제 중심축 ‘출연연’ 신임 기관장에 듣는다]<1>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403/544143_20140325134711_449_0001.jpg)
출연연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 교체도 잇따랐다. 지난달 새로 선임된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을 포함해 기관장이 바뀌며 취임 100일 안팎의 기관만 8곳에 달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 25곳의 32%다. 이외에도 연내 임기가 만료될 기관장은 13명이나 된다. 거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변혁의 와중에 서있는 출연연을 맡아 고민이 클 신임 주요 기관장의 입을 통해 창조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각 기관의 향후 R&D 및 기술사업화 방향 등 기관운영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새로운 에너지원을 갑자기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최근 에너지 효율 향상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대체할 만한 파격적인 에너지원이 없는지 묻자 즉각 돌아온 대답이다.
대체로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에 공은 들이고 있지만, 당장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결국은 에너지 효율 향상 쪽으로 R&D 방향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이 원장은 신재생 에너지원에 대해선 ‘태양광’을 유망하게 봤다. 물론 설치비가 더 낮아지고 효율이 좀 더 개선돼야 하지만,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해 풍력발전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에게는 제2의 조선산업을 이끌 블루오션으로 봐도 될 정도로 각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수심이 60m 이상인 심해나 해안에서 5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케이블로 끌어오는 대신 수소 등을 만들어 가져오는 풍력발전소 기초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 기술이 지금은 태동단계지만, 시장 규모가 125조원에 이를 만큼 성장 잠재력이 무한합니다.”
에너지연은 현재 석탄변환이나 태양, 물, 지열, 식물, 생물유기체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연구그룹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그럴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난해 에기연서는 정남조 박사 논문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학술지 인용지수 12.062를 기록한 것 외에도 김동국, 안세진, 윤경훈, 한치환 박사 등의 논문이 인용지수 7.475~11.653을 기록할 정도로 기반은 갖췄다.
이 원장은 이에 따라 중점연구사업을 전면 재조정할 계획이다. 포인트는 중소기업 연구개발 참여 확대와 중장기 및 단기 과제를 명확히 나눠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사업은 부단위로 예산을 지원하는 미래에너지원천기술사업(중장기), 팀 단위로 예산을 주는 창의적 에너지기술사업(단기)과 팀고유연구사업(중단기), 사업관리부서에 예산을 부여하는 중소기업애로기술사업(중기참여) 등으로 조정한다. 또 팀내 연구원은 의무적으로 한 과제 이상 연구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원장은 “우선 국가 에너지기술 분야에 대한 중점연구사업을 연구부 단위로 하고, 세계적인 첨단에너지기술을 6~10개 선정해 각 연구센터 내에 한두 개의 미래첨단에너지연구그룹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선정은 국내외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뽑고, 각 그룹장은 직접 연구비 구성비율과 집행에 대해 자율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가능하다면 해외 한인과학기술자의 힘도 빌릴 계획이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및 유럽 한인과학기술자협회 등과 관계를 강화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연구단 또는 센터 중심 연구조직도 15명 내외로 개편해 조직원 모두가 팀내 연구사업을 위해 전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R&D와 함께 에너지연이 공을 들이고 있는 건 기술사업화와 기업지원 부문이다.
“올해 150개 업체에 기술 멘토링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200개, 2016년엔 250개까지 늘릴 것입니다.”
기술 멘토링은 에너지연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에너지 닥터’사업이다. 중소기업과 연구원을 일대일로 붙여 맞춤형으로 기술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기술이전으로 받는 기술료를 지금보다 더 낮추거나 무상으로 기업에 양여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초 및 원천연구도 하겠지만 실용화 사업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연구개발 참여 환경도 대폭 개편한다. 우선 중소기업 참여 연구비를 인건비 포함 25%로 개선할 방침이다. 또 개발 제품을 상용화할 경우 경상기술료만 연구원에 상환하도록 하고, 경상기술료의 70%까지 참여연구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정당한 보상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연구원의 열정에 불을 붙여 사업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평가 시스템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 원장은 “현행 개인평가제에서는 개인 단위 소형과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중대형 미래 첨단에너지 기술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팀단위 평가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및 팀 단위 평가항목도 개선해 연구성과 차등지급방안도 모색하고, 상위 부서장은 객관적인 평가자료를 근거로 절대평가제 도입과 평가결과 공개 원칙을 세워 갈 예정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신 3연속 최하위 등급자(일례)는 개혁적 차원서 명예퇴직을 검토하는 대안도 모색한다.
연구결과의 미활용 과제 책임자에게는 과제 참여제안 방안이 검토된다. 또 실적평가 항목에는 기술이전 점수도 반영한다.
이 원장은 “비정규직 직원이 좋은 근무 및 실적 평가를 받을 경우 정규직 전환을 적극 검토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서로 대화를 통해 얽힌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