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업계가 PC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제도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기업의 공공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가 중소 협력사 및 유통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PC 제조 중소기업계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존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근혜정부가 규제 개혁에 강력히 나서는 상황에 불거진 것으로 ‘좋은 규제’가 유지될지 아니면 ‘나쁜 규제’로 규명돼 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이하 전자진흥회)는 최근 중소기업청에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PC의 예외(대기업 참여) 비중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말 데스크톱PC와 일체형 컴퓨터를 포함한 PC(노트북PC 제외)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3년간 공공시장 참여 비중을 정했다. 첫해인 지난해 대기업 참여비중은 ‘50% 이내’며 올해는 25% 이내, 내년에는 완전 배제(0%)로 정했다.
전자진흥회는 건의서에서 올해 참여 비중을 25%가 아닌 지난해 수준인 50% 이내로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장의 근거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중소기업 등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과 유통 소상공인이 경영난에 처한다는 점을 들었다. 장석준 전자진흥회 전자산업팀 차장은 “OEM 중소기업 한 곳이 문을 닫는 등 제도 취지인 중소기업 육성과 무관하게 협력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 유통 소상공인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설문조사 자료도 제시했다. 제도 시행 후 1년 만에 조사대상 73곳의 평균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32%나 축소됐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사업군이 다양해 인력 재배치 등으로 물량 축소 여파를 피하고 있지만 하나의 사업으로 승부를 거는 중소기업은 그것이 불가능하고 이는 경영난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관계자는 “PC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후 협력사가 너무 힘들어한다”며 “올해 참여 제한 비율이 25%로 내려간다면 대기업은 사실상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으로 협력사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력사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서도 관련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산업계 주장과 달리 정부는 PC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청 관계자는 “유통 소상공인은 과거 대기업만 거래하던 곳이 현재는 중소기업 등 다수와 거래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된 측면이 있다”며 “전자진흥회가 조사한 결과치는 우리 조사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했던 PC 제조 중소기업계 역시 순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획대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제도는 2006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 일환으로 시작됐다. 정부(중기청)가 지정하는 제품을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만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중소기업 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기준 202개 품목이 선정돼 시행되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