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한국형 운용체계(OS) 개발에 나선다. 국산 OS 개발 역사는 1990년대 초 ‘케이 도스(K-DOS)’ 시절부터 시작해 3년 전 삼성·LG 등 대기업들과 손잡고 독자 모바일 OS 개발 계획까지 얼추 15년에 달한다. 매번 ‘종속 탈피’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야심한 계획을 발표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케이도스는 교육용 컴퓨터에 설치해 안정성을 검증한 후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장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로 좌절됐다. 이후 한국형 리눅스 등도 같은 길을 걸었다. 모바일 OS 개발도 확실한 생태계를 갖춘 외국산이 버틴 데다가 민간 기업이 자체 개발한 OS가 있다 보니 업계 호응을 못 얻으며 사실상 무산됐다. 번번이 한국형 OS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거창한 개발 계획을 이어갈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부실했던 탓이다. 장기 지원 방안도 변변치 않다보니 추진 동력은 금방 사그라졌다. 실패했다고 누구하나 책임진 사례도 없다.
다시 등장한 한국형 OS 개발 방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서비스 지원 중단을 앞두고 정부가 꺼내든 장기 대응책이다. 윈도7과 윈도8 등에서 반복할 문제를 이참에 제대로 고쳐보겠다는 뜻이다.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기존에 개발된 OS를 참고해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한 OS를 내놓을 방침이다. 공공PC에 설치된 OS를 우선 전환하고 교육PC도 차차 전환해 나가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해 이전보다 실효성 측면에서 한발 나아갔다.
하지만 개발과 확산 계획만으로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하면 라이선스나 서비스 지원 중단과 같은 문제는 줄어들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용 환경이나 주변기기와의 낮은 호환성 등이 보급 걸림돌이 된다. 다시금 꺼내든 한국형 OS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확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들의 기호 파악에 무게를 둬야한다. 자연스러운 생태계 조성도 필수다. 쏟아질 반대 여론에 대응할 설득력 있는 공감대 형성도 정부가 풀어내야할 숙제다. 그동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