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외산부품 위조확인 사실상 불가능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올초부터 추진 중인 외산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확인 작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험성적서 발행기관만 수천 개에 달하는데다 업체로부터 성적서를 건네받은 한국수력원자력에도 해당 기관 정보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원안위는 이에 앞서 지난해 표본조사 과정에서 일부 외산 부품의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산 부품 시험성적서 전수 조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구입한 안전등급 품목의 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키로 하고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조사대상 품목을 작성 중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시험성적서 발행국가는 우선 파악한 것만 35개국, 기관수만 2380곳에 달한다. 한수원이 직접 계약해 구입한 외산 부품 시험성적서만 9만5000건, 국내 업체가 구매한 6만5000건을 더하면 총 16만건에 달한다.

원안위에서는 모든 기관에 진위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낼 계획이지만 첩첩산중이다. 기관 자체 검증은커녕 관련 정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성적서에 기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적서를 보관 중인 한수원이 기관이름 조차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한수원 측은 외산 부품 구입할 때 발행기관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위에서는 이메일로 확인이 어렵다면 2000개가 넘는 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국내 기관에는 조사권한은 물론이고 강제성이 없어 해당 기관 협조가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외산 부품 시험성적서를 국내 기관 최초로 표본 조사했을 때도 일부 외국 업체가 조사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 부품은 국내 23개 원전 전체부품 중 40%가량을 차지한다. 원안위에서는 한빛원전 5호기의 경우 외산 부품 중 97%가 소모성 부품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3%는 주요 부품이다.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2008년 이전 구입 부품이나 국산 부품 비중이 낮은 구형 원전에 사용 중인 것은 위조 가능성이 더욱 크다. 한수원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외산 부품도 컨설팅 비용처럼 1만~2만달러만 내고 시험성적서를 받는다”며 “외산 부품도 최저가 입찰로 국산 부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시험성적서 분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성적서 진위여부 확인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