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석탄화력 기술개발, 규제로 난항

원전 대안으로 떠오른 친환경 석탄화력 발전 기술이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5사 사장단은 26일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친환경 석탄화력 발전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예산 부족과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사 전체 석탄화력 연구개발 비용은 341억원이지만 개별적으로 추진해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등 대부분 실증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동 개발을 제안했지만 이를 주도할 기관이 마땅하지 않은 상태다.

핵심인 재원 마련도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사장단은 주장했다. 정부 R&D 예산 지원이 지난해 1조2067억원에서 올해 3989억원으로 삭감됐다.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석탄소비세 부담도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이다. 발전사별로 2000억원 이상 석탄 구입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소비세 인하 분을 제외한 세수 순증가분 6000억원 중 10%인 600억원을 석탄화력 기술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지만 쉽지 않다. 정부에서 이미 해당 금액을 에너지 복지에 쓴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발전사 사장단은 또 환경부가 도입하는 배출권 거래제도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은 “발전사는 이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적용을 받아 지난해 과징금만 600억원이 넘는다”며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중부발전이 배출권 구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만 연간 750억원”이라고 말했다.

발전사별 석탄화력 R&D예산이 평균 7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친환경 석탄화력 기술을 막상 개발해도 이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 적용으로 고장이나 손실이 나면 발전사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R&D를 경영평가에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호 남부발전 사장은 “신기술 적용에 따른 금전 손실도 고스란히 발전사 몫”이라며 “발전사가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테스트베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진현 차관은 “주도 기관 지정과 재원마련 문제, 기술 실증에 대한 보상 등을 고려하겠다”며 “관련 부처와 에기평 등과 협의해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